음모론 펼친 머스크 명예훼손 피소…”무고한 사람 공격”

“정부가 우파시위 꾸몄다” 주장글에 동조…시위주도자 지목된 20대가 제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엑스 게시물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3일 A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22세 청년 벤저민 브로디가 전날 머스크를 상대로 명예훼손 피해를 배상하라며 최소 100만달러(약 13억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디는 소셜미디어에 머스크가 극우 시위대와 관련된 허위 주장을 담은 게시물을 퍼뜨리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머스크는 브로디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다른 이용자의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댓글로 “(정부 기관에 들어가길 원하는) 대학생인 것처럼 보인다. ‘거짓 깃발'(False flag)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거짓 깃발’은 적대적이거나 유해한 행동을 마치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행위를 일컫는다.

머스크가 리트윗한 동영상은 지난 6월 24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프라이드(성소수자) 축제 근처에서 극우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며 대치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엑스의 일부 사용자들은 이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을 브로디로 지목했다.

또 그가 인스타그램에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정부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소개 글을 올린 것을 근거로, 해당 시위가 우익 단체에 대한 인식을 나빠지게 할 목적으로 당국이 꾸며낸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에서는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과 다수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비슷한 내용의 ‘거짓 깃발’ 음모론이 유포되고 있다.

브로디는 자신이 해당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다면서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언급한 이후 “호전적인 낯선 사람들”로부터 잇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브로디는 “머스크의 무분별한 태도와 처벌받지 않는 허위 진술 패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고 극단적인 요소들에 대한 그의 관심으로 인해 무고한 개인들이 공격당하고 그들의 세상이 뒤집히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머스크는 2018년에도 당시 트위터에서 자신을 비판한 영국의 한 동굴 탐험가를 근거 없이 “소아성애자”로 낙인찍었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괴한의 습격을 당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남편을 모욕하는 음모론을 퍼뜨렸다가 비판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