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바이든이 기시다만 쓰다듬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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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바이든, 최대 업적은 한국-일본 화해시킨 것”

한일 해빙 최대 수혜자는 미국…3국 정권 바뀌면 ‘공수표’

미국, 한미 상호 외교 대신 ‘일본 패키지’로 한국 다룰 듯

지난 1962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에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만찬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 여사도 참석했습니다. 친한파로 잘 알려진 펄 벅 여사는 당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 ‘살아있는 갈대’를 집필 중이었습니다.

펄 벅 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펄 벅 여사가 한국 관련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케네디 대통령은 느닷없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빠져 나와야 할텐데…일본이 한국을 다스리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The Japanese could take care of the Korea)”라고 말했습니다. 펄 벅 여사는 케네디가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소설이 출판되자 첫 책을 백악관에 보냈습니다.

지난 18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가 끝나자 미국 언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어떤 민주당 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켰다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주둔후 처음 집권한 민주당 대통령인 케네디 때부터 민주당 정치인들의 머릿 속에는 한국을 일본과 함께 묶어 관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역사적 원한으로 갈등관계에 있던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켜 인도태평양 전략에 큰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양국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어떤 민주당 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앞장서서 해결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일 화해의 공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 차지해야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미국 외교당국과 언론들마저 이제부터 한국을 독자적인 외교 상대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원 플러스 원(1+1)’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위해 캐빈으로 걸어들어가는 3국 정상의 뒷모습에서 연출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걸어가는 내내 오른쪽에 있는 기시다 총리의 등에 손을 얹고 친구를 대하듯 쓰다듬었고 이 장면은 생중계로 전세계에 방영됐습니다. 윤 대통령 쪽에 있던 왼손은 꽉 쥐고 있었고, 왼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은 ‘조’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현했지만 한국 파트너에게는 깍듯이 ‘윤 대통령’이라고 칭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의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뤄낸 최대 외교 업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묶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고 아세안 국가와 멀리는 인도, 호주까지 연결해 포위망을 구축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이 추진해온 핵심 외교전략입니다. 오바마도 하지 못한 일을 바이든이 해낸 것입니다. 그것도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말입니다.

미국에게, 특히 민주당 정권에게 가장 중요한 아시아 파트너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을 수 있는 보루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패키지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보다 대만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도 이같은 인식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또한 한미일 정상회의를 연례화하기로 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의 상호외교를 일본이 개입하는 다자 외교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이 미국-일본 협의의 종속 변수로 전락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국익 외교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는 3국 정상이 얼마나 더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일본에 양보를 하기 위해 국내에서 대가를 치렀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특히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의 말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이번 3국 공조에 걸고 베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정책 연구소인 퀸시 인스티튜트는 “3국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외교적 융통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3국이 계속 한자리에 모여 중국을 자극한다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과 일본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