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모험과 문화의 오아시스…아부다비 ①

모험과 럭셔리 그 모든 것의 극한

아부다비는 7개의 토호국이 뭉쳐 만들어진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다.

두바이와 달리 관광산업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아부다비가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관광 명소들이 부쩍 늘어나며 관광·레저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거친 사막 사파리 등 모험적 요소에다 럭셔리의 끝판왕인 8성급 호텔과 아부다비 루브르 등 문화적 요소까지 가미되면서 아부다비의 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게 한다.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일몰 [사진/성연재 기자]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일몰 [사진/성연재 기자]

 

◇ 사막 한가운데서 ‘다카르 랠리’ 느낌을 맛보다

하얀색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모래 언덕을 붕 날았다 떨어지며 미끄러진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 45도 각도는 되는 듯했다. 탑승한 사람들의 괴성이 차량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르 사빈이 만든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느낌이었다. 촬영을 위해 차창을 열었더니 모래가 사정없이 들어온다.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사막 사파리'(Desert Safari) 경험이었다.

다카르 랠리를 떠올리게 하는 사막 사파리 [사진/성연재 기자]

다카르 랠리를 떠올리게 하는 사막 사파리 [사진/성연재 기자]

 

동물들을 관찰하는 아프리카 사파리와는 사뭇 다르다.

사륜구동 차량 하나에 의존해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가 광활하고 거친 대자연을 오롯이 즐긴다.

랜드크루저 차량 바퀴가 사막의 모래에 빠지지 않는 것은 사막 초입에서 바람을 빼기 때문이다.

바람이 적당하게 빠진 차량은 접지력이 좋아져 모래에 빠지지 않고 마음 놓고 ‘분노의 질주’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날 방문한 곳은 아부다비시에서 80km 떨어진 알카팀 사막이다.

아부다비와 알아인 사이에 있으며, 오프로드 라이딩에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다.

고요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사막 사파리 [사진/성연재 기자]

고요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사막 사파리 [사진/성연재 기자]

 

차량에는 대여섯명의 인원이 타게 되는데 조수석이 가장 짜릿하다.

차량 운전자가 높다란 사구 위로 차를 몰고 올라가더니 곧장 아래로 차를 곤두박질치게 했다.

마치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더니 다시 위로 솟구쳐 또 다른 언덕을 향한다.

20여분가량 진행된다던 사막 사파리 코스는 40여분 넘게 이어졌다.

승객의 환호성이 높아질수록 운전자는 더 신이 나서 운전하고 모험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바람을 뺀 RV [사진/성연재 기자]

바람을 뺀 RV [사진/성연재 기자]

 

◇ 사막 한가운데서 나를 마주치다

청마 유치환은 시 ‘생명의 서’에서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가자’고 노래했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모래벌판뿐인 광활한 사막. 누구나 시처럼 마음만 먹으면 그런 사막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고함을 지르다 목소리가 쉴 때쯤 되자 사막 한가운데 잠시 멈춘 뒤 풍경을 감상할 시간을 준다. 차 밖으로 내렸더니 모래가 너무나 곱다.

잠시였지만, 보이는 것은 지평선뿐인 사막에 서니 묘한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다른 차들과 승객들이 있었지만, 고립감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혹시 조난이라도 당한다면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등등 별생각이 다 들었다.

맨발로 사막의 모래를 느껴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념 촬영에 전념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요한 사막 풍경 [사진/성연재 기자]

고요한 사막 풍경 [사진/성연재 기자]

이어 들른 낙타 농장은 귀여운 낙타들이 사막 한가운데 모여있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동물들을 가둬놓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내리지는 않았지만, 차창 밖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낙타들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일부 승객은 내려 낙타 사이에서 기념 촬영도 하는 모습이다.

때마침 바람도 적당히 불어와 사막에 물결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풍경이 멋있긴 하지만 걱정도 되기 시작한다.

미세한 모래가 카메라 렌즈에 들어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 같은 베두인 천막촌으로 향할 시간이다.

아라비아반도 내륙과 아프리카까지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아랍인들을 베두인이라고 한다.

남자 무용수가 관객을 초청해 춤을 추게 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남자 무용수가 관객을 초청해 춤을 추게 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사막 한복판에서 펼쳐진 베두인 연회

베두인 캠프에서는 피부에 천연 도료인 헤나로 아랍 전통 문양을 새기는 타투도 경험해볼 수 있다.

원한다면 베두인 전통 의상 체험도 가능하다.

사막 사파리 최적의 시기는 원래 우리나라의 겨울에 해당하는 11∼3월 사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이어서 무척이나 무더웠다.

베두인 천막 내부는 더 더웠다.

미음자로 형성된 천막촌 가운데에는 양탄자가 깔린 공간이 있다.

그 가운데에도 미음자 무대가 마련돼 있다.

바비큐 저녁 [사진/성연재 기자]

바비큐 저녁 [사진/성연재 기자]

양탄자에 앉았더니 슬슬 바람이 불어온다.

조금 있으니 식사 시간이다. 바비큐 등으로 구성된 음식을 배급받아와 자리에서 먹는 식이다.

자리에 돌아와 요기를 하니 한결 시원해졌다.

땅거미가 완전히 진 뒤 무희의 공연이 펼쳐진다.

빨간색 스커트 차림의 무희는 러시아 혈통의 여성이었는데, 가슴과 허리를 과도하게 흔드는 허리춤이 무척이나 노골적이었다.

이런 자극에 혹할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에 거부감마저 들었는데, 러시아계 고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응했다.

사막 한복판에서 만난 러시아 혈통의 무희와 러시아 고객들에게 뭔가 휘둘린 느낌이다.

이어 등장한 남성 무용수는 20여분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한자리에서 360도 맴도는 춤을 춘다.

나중에는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애잔한 모습이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니 즐겁기는커녕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쳇바퀴처럼 한자리를 맴도는 모습이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엿보는 듯했다.

몇차례만 그 자리를 맴돌아도 핑 도는 듯한데, 이 무용수는 무려 20여분이나 같은 자리를 360도 맴돌았다.

사막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극한을 맛본 느낌이다.

극한의 모험과 극한의 무용….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춤추는 무희 [사진/성연재 기자]

춤추는 무희 [사진/성연재 기자]

 

◇ 럭셔리의 극한을 보여준 에미리트 호텔

8성급 호텔로 불리는 에미리트 팰리스에서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원래 숙박시설의 등급은 5성급까지밖에 없다.

그러나 가까운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은 7성급 호텔로 불린다.

이와 경쟁이라도 하듯 아부다비에는 8성급 호텔인 에미리트 팰리스가 들어섰다.

처음 개관했을 때는 모두 7성급으로 불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버즈 알 아랍보다는 한단계 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수년 전부터는 8성급으로 불리고 있다.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먼저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금가루가 뿌려진 커피 [사진/성연재 기자]

금가루가 뿌려진 커피 [사진/성연재 기자]

키가 2m가 넘는 거인이 수문장으로 서 있다.

차가 서면 달려가 구부정하게 몸을 굽혀 문을 열어준다.

기골이 장대해 무척이나 위압감이 느껴졌다.

목소리도 마치 해리포터 등의 영화에서나 들어보았던 거인의 목소리와 유사하고 느렸다.

원래 왕궁을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호텔로 쓰이다 보니 모든 것이 호화롭기 그지없다.

내부도 온통 금장이다. 이곳은 하루 숙박료만 2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이곳저곳이 금으로 장식돼 화려함을 자랑했다.

호텔 1층 중앙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서 주문을 하자 잠시 뒤 금가루가 잔뜩 뿌려진 금 커피가 나왔다.

금은 아주 얇게 펴지는 성질이 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식용 금을 얇게 편 뒤 잘라 커피 위에 뿌린 것이다.

커피의 가격은 2만원이 넘는데, 초콜릿케이크가 함께 나왔다. 의외로 이 초콜릿케이크 맛이 예술이다.

이날 에미리트 호텔을 함께 찾은 사람들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마이스(MICE·회의, 전시, 컨벤션, 전시 행사) 산업 전문가들이어서 전 세계 호텔들 중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 이들이 입을 모아 한마디씩 했다.

“여기는 진짜 8성급 호텔 맞네요. 정말 이 금 커피 하나만 해도 사람들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금가루가 뿌려진 커피와 초콜릿 케이크 [사진/성연재 기자]

금가루가 뿌려진 커피와 초콜릿 케이크 [사진/성연재 기자]

 

◇ 대통령 궁에서 발견한 명언

카사르 알와탄 [사진/성연재 기자]

카사르 알와탄 [사진/성연재 기자]

아부다비 여행객들은 대통령 궁, 카사르 알와탄(Qasr Al Watan)도 방문할 수 있다.

순백의 외관과 화려한 금빛으로 물든 내부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UAE로부터 40조원의 투자 협력을 끌어낸 곳이다.

이런 의미 있는 곳이 금단의 빗장문이 열리듯 개방된 것은 2019년부터다.

약 38만m²부지 위에 4억9천만 달러(약 5천847억6천만 원) 상당의 공사비가 투입된 이곳에서는 정상회담 등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곳은 본관이다.

출입을 위해서는 대통령궁답게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이후 셔틀버스를 타고 본관으로 향할 수 있다.

축구장 53개 크기의 웅장한 규모의 건물과 섬세한 설계는 관람객을 압도한다.

궁의 가운데 있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좌우대칭으로 조화로운 ‘그레이트 홀’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들이 큰 감동을 준다.

셰이크 자이드 국왕의 명언을 형상화한 조형물 [사진/성연재 기자]

셰이크 자이드 국왕의 명언을 형상화한 조형물 [사진/성연재 기자]

가장 핵심적인 공간 중 하나는 ‘말의 힘'(The power of words)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알 모양의 타원형 조각이다.

셰이크 자이드 국왕의 명언을 형상화했다.

‘진정한 부(富)는 금이나 기름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있으며,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내용이다.

누구든 가슴 깊게 새겨야 할 문구 같았다.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이 영원할 것처럼 자만에 빠지기 쉽지만, 실제 그 권력은 짧은 순간에 사막의 모래처럼 사라져버린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