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출신 연방항공국장 중도 하차

5G 도입 놓고 통신업계와 마찰…후임으로 ‘허드슨강의 기적’ 기장 거론

보잉 737맥스(Max) 항공기 추락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 등 악재 속에 연방항공국(FAA)을 이끌던 스티브 딕슨(64) 국장이 사의를 밝혔다고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딕슨 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5년 임기 중 3년을 채우기 전인 내달 말 퇴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매우 어려웠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업무로 인해 너무 오랜 기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 사임을 결심했다”면서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딕슨 국장의 가족들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딕슨 국장은 군에서 조종사로 복무했으며, 전역 뒤에는 델타항공에서도 조종사로 일했다. 이후 비행 안전과 조종사 훈련 분야를 맡아 선임 부사장까지 올랐고, 2019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그해 8월 FAA 청장에 올랐다.

딕슨 국장이 지명되기 전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잇따라 추락 사고를 내면서 346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고, 딕슨 청장은 취임과 함께 보잉 737 맥스의 안전 승인을 둘러싼 수사와 교통부의 감사를 치러야 했다.

그는 항공기 인증 개혁을 시행하면서 여러 안전 문제에 대해 보잉에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2020년 10월에는 보잉 737 맥스 운항을 재개하기 전 직접 이 비행기를 몰고 시험 비행을 하기도 했다.

딕슨 국장은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는 FAA를 이끌고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항공 프로토콜을 만들어냈다.

기내서 난동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승객이 급증하자 당국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5G 시행을 놓고 통신 업계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미국의 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3.7∼4.2㎓대 주파수를 이용한 5G 중저대역 서비스를 개통하려 했지만, 딕슨 국장은 공항 근처의 송신탑에서 서비스될 5G의 무선 주파수 대역이 항공기 운항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도입 연기를 요청했다.

여러 차례 연기 끝에 통신사들은 5G 서비스를 시작하되 공항 인근 송신탑에서는 서비스 도입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미국 주요 도시의 운항을 취소하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은 “딕슨은 FAA의 꾸준하고 능숙한 기장이었다”며 “재임 기간 내내 FAA의 안전 임무에 헌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후임으로는 2009년 ‘허드슨강의 기적’ 비행으로 유명해진 체슬리 설렌버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미국 대표가 거론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딕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