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당’ 됐다…성난 노동자들 등에 업고 접수

‘작은 정부·글로벌 리더십’ 공화당 전통가치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독주하는 것은 달라진 공화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NN 방송은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이 공화당의 지배 세력이라는 것이라고 5일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블루컬러 중심에 대중 영합적이고 보다 호전적인 정당으로 재편, 자신의 이미지와 부합하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마지막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이러한 공화당 전통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제 엘리트에 대한 분노와 문화적·인종적 변화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안정한 감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도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을 경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당시만 해도 공화당 내에서도 많은 저항에 부딪혔으나, 이제는 당 수뇌부와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 의회 상·하원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외교 정책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재 공화당원 대다수가 ‘미국은 세계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다. 이같이 응답한 비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공감하는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강력하고, 당내 가장 보수적인 이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미 ABC 방송 분석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매우 보수적’, ‘다소 보수적’, ‘온건파’라고 각각 평가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거의 비슷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선 출구조사가 실시된 아이오와·뉴햄프셔·사우스캐롤라이나 3개 주의 경우 자신을 ‘매우 보수적’이라고 표현한 유권자들에게서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가 특히 높았다. 복음주의 유권자들과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격차는 2016년보다 훨씬 커졌다.

8년전에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지만 학력별 지지율도 더 벌어졌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서 대졸 유권자들에 비해 12%포인트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엔 그 차이가 최소 25%포인트로 벌어졌다.

버지니아대 정치 전문가 카일 콘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점이 다소 바뀌었다”며 “그 강점이 그를 더 튼튼한 공화당 후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공화당이 크게 두 번의 변화를 겪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를 ‘세 번째 변혁자’라고 불렀다.

그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국제주의 확립과 뉴딜정책 수용, 2012년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안보 보수주의 강화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공화당의 변화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전문가 콘딕은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강점이 대선 본선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경선 과정에서 반(反)트럼프 표심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에서는 대졸 이상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는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대졸 이상 유권자들의 헤일리 전 대사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15개 주에서 공화당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화요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제 헤일리 전 대사와 그 지지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 결과만 보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맞붙는 본선에서는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아이오와 등 3개 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 유권자의 약 8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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