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로 미국시장 1위 오른 한국배터리…트럼프 재집권시 투자위축”

산업연, ‘미국 대선 결과와 한국 배터리산업 리스크 분석’ 보고서

배터리 생산 현황 점검하는 얼티엄셀즈 직원들
배터리 생산 현황 점검하는 얼티엄셀즈 직원들 지난달 30일 테네시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한국 배터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효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IRA법이 후퇴하고 한국 배터리의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배터리 산업 리스크 분석: IRA 변화 전망과 국내 산업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업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2%포인트 오른 42.4%로, 일본(40.7%)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산업연은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강세는 무엇보다 IRA 영향이 크다”며 “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중 배터리 요건이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결정되면서 미국 내 수요 확대와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중일 3국의 미국 배터리 시장 월별 점유율 추세를 살펴보면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였다. 이 시기는 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배터리 요건이 적용된 직후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IRA 폐지’ 입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 악재로 꼽힌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는 등의 변화가 가시화할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의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진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면서 단행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들도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산업연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내 총 생산 규모가 지난해 117GWh(기가와트시)에서 2027년 635GWh로 5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성과도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은 계량경제학 방법론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IRA가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최대 26%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연은 ‘트럼프발(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대선 및 의회 선거 추이와 함께 경합주를 중심으로 개별 의원의 지역구 이해관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 등 미국 내 7개 주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해당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IRA 폐지안이 떠오를 경우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 수요 창출이 가능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 선박 등의 신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국내에 투자하는 배터리 기업에 대한 세제 및 보조금 지원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산업연은 강조했다.

황경인 산업연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위원은 “배터리산업은 전기차 공장 인근 설비 투자가 불가피해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미국 대선 리스크로 배터리 분야 통상 환경이 크게 요동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