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감투 욕심 그만”…바람 잘 날 없는 한인사회

플로리다 연합회장 선거 파행…2명 각자 “내가 회장”

6년 재임 애틀랜타 평통 회장도 한인회장 출마 검토

‘은퇴 없는 한인단체장들’…여러 자리 돌아가며 노크

미국 플로리다한인회연합회가 제36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내홍이 빚어져 2명의 출마자가 각각 회장에 당선됐다고 밝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6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제36대 연합회장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승권)는 단독출마한 장익군 후보를 회장 당선자로 인준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자격 미달을 이유로 후보에서 탈락시킨 신승렬 후보 지지 인사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신 후보의 회장 당선을 발표했다.

현장을 취재한 재외동포신문에 따르면 선관위는 출마 자격 가운데 ‘3회 총회 참석’ 기준에 1차례 부족하다며 신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신승렬 후보 지지 정회원 22명은 장익군 후보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투표장을 떠나 인근 한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신 후보 당선을 선포했다.

반면 장익군 후보 지지 인사 21명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혀 플로리다한인회연합회는 당분간 분규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 인구 5만명(미국 센서스국 기준) 수준인 플로리다주는 동남부 지역에 속하지만 다른 지역 한인사회와는 분리돼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지역 한인회는 동남부한인회연합회와는 별도로 자체 연합회를 구성하고 있고 한국 정부단체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도 별도의 마이애미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플로리다 한인사회의 파행 운영은 이번 연합회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는 지난 제20기 협의회장이 취임 1년도 안돼 석연치 않은 내부 문제로 사임하면서 간사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부 인사들이 용퇴도 하지 않고 자리마다 돌아가면서 단체장 감투를 쓰려 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에 의해 회장으로 선출된 장익군씨는 2017~2021년 4년간 제18기와 19기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미주총연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무려 6년간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를 이끌었던 김형률 회장이 차기 애틀랜타한인회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기자에게 “아직 결심을 하지 못했지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역 원로들이 계속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형률 회장은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도 맡고 있어 오는 10월 미주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 상공인 총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음 총연 회장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애틀랜타한인회장까지 욕심내는 것은 무리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재선 도전을 선언한 이홍기 현 한인회장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인회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부 임원에게 ‘재선에 성공하면 1년만 재임한 뒤 미주총연으로 옮겨갈 것이니 부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재선되면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한인사회를 위해 힘써 봉사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신승렬 후보를 지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모임/KOA Time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