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륙 인류 등장 시기 1만년 당겨지나

브라질 중부 지역서 “2만7천년 전 펜던트 발견”

펜던트로 추정되는 거대 나무늘보 뼈
펜던트로 추정되는 거대 나무늘보 뼈 [AP=연합뉴스]

브라질에서 2만5000~2만7000년 전 거대 나무늘보 뼈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견됐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개인 장신구로 추정되며,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등장한 시기가 1만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CNN 방송에 따르면 브라질 상카를루스 연방대학 연구팀 등은 브라질 중부 산타 엘리나 암석 지대(rock shelter)에서 펜던트로 추정되는 세 개의 거대 나무늘보 뼈를 발견했다.

세 개의 뼈는 글로소테리움으로 알려진 멸종한 거대 나무늘보 종이 활동한 이 암석 지대에서 수 천개의 나무늘보 ‘뼈판’과 함께 발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펜던트로 추정되는 세 개의 뼈와 일반 뼈판 등을 현미경 등을 이용해 비교 분석한 결과, 펜던트로 추정되는 세 개의 뼈에는 화석화되기 전에 사람의 손으로 연마한 흔적이 있었다. 펜던트로 쓰기 위해 사람이 구멍을 뚫고 광택을 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상카를루스 연방대학 고생물학·우주생물학 연구소의 미리안 파체코 교수는 “광택과 구멍의 위치 때문에 매우 암시적인 펜던트 모양을 띤다”고 설명했다.

나무늘보 뼈 펜던트가 발견된 곳과 같은 층의 퇴적물 등을 분석한 결과, 펜던트의 제작 연대가 2만5천∼2만7천년 전으로 추정됐으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개인 장신구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고고학 기록상 거대 나무늘보 뼈로 만든 유일한 펜던트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거대 나무늘보의 뼈판을 조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구진이 그린 상상도
거대 나무늘보의 뼈판을 조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구진이 그린 상상도 [AP=연합뉴스]

 

파체코 교수는 이 암석 지대에서 인간과 거대 나무늘보가 공존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땅을 파는 데 쓰는 긴 발톱을 가진 초식 동물인 거대 나무늘보가 인간을 잡아먹지는 않았을 거란 설명이다.

북미와 남미는 인류가 마지막으로 살기 시작한 대륙으로, 정확히 언제부터 인류가 등장했는지를 놓고 고고학자들 사이에 그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전문가는 인류가 1만6000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다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1년 뉴멕시코에서 2만1000∼2만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석화된 인간 발자국이 발견되는 등 최신 증거는 인류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일찍 남미에 도착했음을 시사한다고 CNN은 전했다.

파체코 교수도 나무늘보 뼈 펜던트의 연대가 확인되면서 “아메리카 대륙에 인류가 더 오래전 거주했다는 가설이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영국 왕립학회 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