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AM 라디오,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전기차 이어 내연차량도 AM라디오 퇴출 나서

이용자 줄어들자 한국 MBC-SBS는 이미 폐지

AJC “연방 의회, AM 의무화 대신 AI에 관심”

낮은 FM 대체 송출 사용하는 한인 방송 타격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AM 라디오를 퇴출시키고 기존 방송사도 AM 송출을 중단하면서 라디오 방송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포드 테슬라 리비안, 일본 마쓰다, 독일 BMW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모델에서 AM 라디오 기능을 없앴다. 전기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방해 현상으로 AM 방송 수신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포드의 경우 모든 차량에서 AM 라디오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전기차와 내연차의 오디오를 별도로 만들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같은 트렌드는 다른 업체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AM 라디오는 커버리지가 넓지만 음질이 낮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퇴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MBC와 SBS는 AM 송출을 전면 중단하고 FM 방송만 운영하고 있으며 국영방송인 KBS만 AM 방송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가 넓어 AM 주파수의 공공적 기능이 강조되는 미국에서도 이용자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 스마트폰 등 이를 대체하는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촌 지역을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들은 최근 공동으로 자동차 제조시 AM라디오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AJC는 지난 18일 칼럼을 통해 “의회는 사실 AM 라디오가 아닌 AI(인공지능) 규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 청취가 주로 자동차 안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트렌드는 AM 라디오 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 라디오 방송사를 포함한 중소형 AM 스테이션은 FM 주파수를 소유하지 못하고 대신 FCC(연방통신위원회)가 할당한 보완 주파수(Translator)로 FM 송신을 하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 AM 라디오의 경우 주간 2만8000~5만와트의 송출 능력(야간엔 보통 1000와트)을 갖고 있지만 FCC가 제공한 보완 FM 주파수는 최대 250와트에 불과하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조사 결과 라디오 청취자는 2020년 이후 매년 2% 가량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등 젊은 층의 이용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동차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기능은 블루투스(76%) 였으며 이어 FM 라디오(70%), 스마트폰 연결(53%), 음성 인식(40%)이었고 AM라디오는 33%로 나타났다.

IT전문지 테크서베이는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디오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디지털 연결과 위성라디오인 시리어스 XM”이라면서 “위성라디오가 기존 라디오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결국 라디오나 팟캐스트 같은 포맷이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질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1930년대 진공관식 라디오. [연합뉴스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