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10억달러의 기부금이 들어와 화제가 된 가운데, 이 통 큰 기부가 재학생의 삶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의료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BBC 방송에 따르면, 이 대학의 전직 교수이자 이사회 의장인 루스 고테스만(93) 여사가 “학생들이 무료로 수업받도록 지원하고 싶다”며 10억달러(약 1조3315억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6일 의대 전체가 기쁨으로 들썩거렸다.
고테스만 여사가 학생들로 꽉 찬 강당에서 기부 결정을 전했을 때 강당은 환호와 기쁨에 찬 비명으로 가득했고, 학생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율리아나 도밍게스 파에즈(24)는 “나는 캠퍼스에서 친구들을 모두 껴안았다”며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터 캠벨 교수는 “학생들은 완전히 감동했다. 내 인생에서 20대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학자금 빚 때문에 불가능으로 여겼던 꿈을 다시 구상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갑자기 생긴 재정적 여력을 바탕으로 가정을 꾸리고, 집을 사고, 대출금을 갚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술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소외된 의료 분야를 강화하는 경력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몇 달 전 의대 공부를 시작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학위를 받으면 학자금 대출을 갚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분의 일자리까지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던 1학년 샘 우(23)는 “기도에 응답받은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돈”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수익이 더 나는 전문과목을 택해야 가족과 나 자신을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게 됐고, 내가 정말로 열정을 가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 의대의 등록금은 연간 5만9000달러(약 7800만원)를 넘는다. 이런 부담 때문에 학생들의 50% 가까이가 졸업하는 데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 이상의 빚을 진다.
학생들은 주거와 식사, 시험준비, 시험등록 등에도 수년간 돈을 써야 한다.
지난해 미국 의과대학생은 평균 25만995달러(약 3억3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안고 졸업했다.
아인슈타인 의대는 예치된 기부금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을 통해 학생 약 1000명에게 등록금을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재학생들은 봄학기에 기존에 냈던 등록금을 상환받는다.
무료 수업은 미래의 입학생과 지역사회 의료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현재 이 학교 학부 학생의 절반은 백인, 11%는 히스패닉·라틴계이며 5%만이 흑인이다.
이는 학교가 위치한 뉴욕 브롱크스 카운티 주민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히스패닉·라틴계라는 지역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이제 학교가 입학생을 다양화하고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에즈는 “가장 기대되는 점은 브롱크스의 인구 구성을 반영하는 지원자의 증가를 보는 것”이라며 “이제 그들은 의과대학에 갈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이드 안드라데(30)는 “미래 세대의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가장 흥미롭다”며 “더 큰 그림으로 보면 이것(학비면제)은 정말이지 희망의 등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