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히는 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의 승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를 싫어하는 ‘이중 혐오’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이번 대선을 두고 “어쩌면 현대사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대선일 수 있다”며 두 후보가 본격적인 난타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결과를 가를 결정적인 유권자는 둘 중 어느 후보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WP는 미국인들이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에 주목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도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hater)는 4년 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
최근인 2∼3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싫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7∼24%에 달했다.
두 후보가 1차로 맞붙었던 2020년 대선에서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5%(2020년 10월 CNN 발표 조사 기준)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밋 롬니 전 상원의원이 맞붙은 2012년 대선에서 그 비율은 3%(CNN)로 더 낮았다.
이번 대선과 비견할 만한 유일한 사례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붙은 2016년으로, 당시 출구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싫다는 유권자는 18%로 집계됐다.
최근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이 역시 전례 없는 것으로, 미국은 과거에 이렇게 고령인 후보들의 대결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너무 늙었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5월과 9월의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43%, 48%였던 것을 비춰보면 이 같은 생각을 한 유권자는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현재 주어진 후보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미국인의 비율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AP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경우 각 후보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인은 각각 56%, 58%였다.
어느 한 후보에든 만족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꼴에 불과했다.
무당파 성향의 응답자들이 특히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지명에 만족할 것이라는 비율은 각각 14%, 20%에 그쳤다.
지지 후보의 당선을 바라서 그를 뽑는다기보다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이유가 얼마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변수로 꼽혔다.
최근 NB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57%는 자신의 투표가 그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0년 대선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당시 같은 응답률에 비해 4분의 3가량 낮은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최근 조사에서 그를 지지해서 그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31%였다. 2020년엔 54%로, 21세기 대선 후보 중 가장 낮았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약 절반은 지지 후보가 아닌 상대 후보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이유로 선택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