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레테 2세 여왕, 아들 프레데릭 10세에 왕위 이양
호주 출신의 메리 왕비 ‘동화같은 스토리’로 시선 집중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새해 전야인 지난달 31일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전격 퇴위를 선언했다.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왕’ 칭호는 유지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큰아들 프레데릭 왕세자(55)가 왕위를 물려받으며 대관식은 여왕의 퇴위식과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1380년대 이래 덴마크 최초의 여왕이기도 한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왕실 현대화를 이끌며 덴마크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덴마크 국민의 약 80%가 군주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즉위한 1972년에만 해도 군주제 지지 여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프레데릭 10세로 즉위한다.
기후와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온 프레데릭 왕세자는 덴마크 오르후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1986년부터 육군·공군·해군을 두루 거치며 장기간 군 생활을 했다.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덴마크 해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해 주목받았으며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 등을 즐기는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린란드에서 4개월 동안 2795km에 달하는 개썰매 탐험에도 참가했다.
2018년에는 덴마크 인기 록 밴드와 함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프레데릭 왕세자에 대해 영국 왕실과 같은 호화로운 대관식 대신 간단한 선언으로 즉위 행사를 대신하려는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호주를 찾은 프레데릭 왕세자는 한 술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친구의 소개로 부인 메리(51) 왕세자빈을 만났다. 두 사람은 열애 끝에 2004년 결혼에 골인했다.
메리 왕세자빈은 추후 인터뷰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프레데릭 왕세자가 덴마크의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영혼의 동반자(소울메이트)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첫 만남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AFP 통신은 프레데릭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고 호주 태생의 메리 왕세자빈이 왕비가 되면서 ‘현실 동화'(real-life fairytale)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72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태어난 메리 왕세자빈은 덴마크에 온 지 불과 몇 달 만에 덴마크어를 익히는 등 적극적이고 친화적인 행보로 덴마크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덴마크 TV2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메리 왕세자빈은 덴마크 왕실에서 마르그레테 2세 여왕과 프레데릭 왕세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패션 잡지를 장식하며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과 비교되기도 한다.
여권 신장에 힘쓰는 것은 물론 왕따 문제, 가정 폭력 등에 맞서왔으며 남편과 함께 4명의 자녀를 주로 공립학교에 보내는 등 평범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AFP 통신은 소개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인 크리스티안(18) 왕자와 이사벨라(16) 공주, 쌍둥이인 조세핀(13) 공주와 빈센트(13) 왕자 등 4명의 자녀가 있다.
프레데릭 왕세자 부부에 대해 ‘현대적이고 평등한 파워 커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프레데릭 왕세자 부부는 2012년 한국을 공식 방문한 데 이어 2019년에도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메리 왕세자빈은 아버지인 존 도널드슨이 2002년부터 3년간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해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깜짝 퇴위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덴마크인의 82%는 프레데릭 왕세자가 국왕의 역할을 잘하거나 매우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메리 왕세자빈에 대해서도 86%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