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며칠 전에 수상한 공매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더 낮은 가격에 해당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더 큰 이득을 본다.
누군가 증시가 충격을 받을 하마스의 공격을 미리 알고 공매도에 나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로스쿨의 로버트 잭슨 주니어 교수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조슈아 미츠 교수는 예비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5일 전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스라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공매도가 거의 대부분 장외거래를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보고서는 당시 공매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의 공매도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마스의 공격 직전 이스라엘 경제나 기업에 악재가 될만할 일은 없었다.
또 이스라엘 텔아비브증권거래소(TASE)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투자자들이 지난 9월 15일~10월 5일 이스라엘 최대 은행 레우미의 신주 443만주를 공매도해 약 750만달러(98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결과가 “거래자들이 다가오는 (하마스의) 공격을 알고 비극적인 일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츠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현재 증거로 추론할 때 그 수익이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츠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뒤에서 은밀히 이뤄진 거래(공매도)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빙산의 일각을 보고 있을 뿐이어서 규제당국이 살펴봐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도 하마스의 공격 전에 일부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다.
보고서는 “미국 거래소에서 이스라엘 기업(주식) 공매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하마스의 공격 직전에 이들 기업에 대한 위험한 단기 옵션 거래의 급격하고 이례적인 증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옵션은 주식 등 어떤 자산을 특정 날짜에 고정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TASE 대변인은 이 보고서와 관련, “당국이 알고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조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하마스나 하마스 관련자들이 이런 공매도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츠 교수는 “하마스와 연관 짓는 것은 추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