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목매고 유기농 먹는 엘리트…”경제자본보단 문화자본에 의존”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저서 ‘도덕감정론'(1790)에서 한 말이다. 예로부터 상류층의 삶은 중간층 이하 서민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스미스의 통찰처럼 그들은 늘 상류층을 따라 했다.
고대 로마에선 귀족들이 집에 장식물을 설치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평민들은 이를 모방했다. 이에 귀족들은 희귀재료나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더 나은 장식물을 만들어 평민들과 그들을 구별 지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제국 시절 델프트에 사는 거주민 3분의 2가 엘리트들의 취향을 좇아 회화작품을 한 점 이상 소유했다. 대혁명 전 프랑스에선 귀족들이 쓰는 벽지, 자기 등의 모조품이 유행했다. 이런 기조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보급형인 짝퉁 루이뷔통, 가짜 원목 마루가 널리 유통된다.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특히 상류층은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데 특정한 재화를 사용하는 ‘과시적 소비’ 경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21세기 ‘파워 엘리트’들은 베블렌이 ‘유한계급’이라고 명한 옛 상류층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주장한다. 신간 ‘야망계급론'(원제: The Sum of Small Things)에서다.
저자가 말하는 ‘야망계급’이란 현대의 지배적인 엘리트 ‘문화집단’이다. 이들은 유한계급처럼 경제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야망계급은 특정한 가치관과 지식 습득에 기반한 집단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희소한 사회적·문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가령 이들은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를 읽고,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며, 환경에 대해 민감하고, 더 좋은 부모, 더 생산적인 노동자가 되는 데 관심이 많다. 돈도 필요하지만 ‘문화자본’에 더 의지한다. 이들에겐 농민 직거래 시장에서 하나에 2달러짜리 유기농 토마토를 사는 게 흰색 레인지로버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위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소비 패턴은 “비과시적”이다.
특히 이들은 의료, 은퇴, 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그중에서도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예컨대 2014년 미국인의 전체교육 지출은 1996년에 견줘 60%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야망계급으로 간주되는 ‘소득분위 상위 10% 이내’ 가정의 교육 지출은 300%로 급증했다.
저자는 “교육 투자 증가의 혜택을 입은 아이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 자신의 가족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확보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들이 슈퍼 리치나 유한계급은 아니지만 그들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더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상에 억만장자는 많지 않지만 야망계급은 거대하고 강력한 문화집단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어떻게 돈을 쓰고,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을 높이 평가할지 등에 관한 야망계급의 미묘하고 점점 더 비과시적으로 달라지는 선택이 자신과 자녀들의 사회적·문화적 특권을 강화하면서 나머지 모두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어 “야망계급 성원들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누리는 사회적 지위가 정당하다는 인식에 기반해 사회 전체에서 점증하는 불평등을 무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월의봄. 유강은 옮김. 4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