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기업이 반세기 만에 달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자 이번 프로젝트에 돈을 댄 미 항공우주국(NASA)이 크게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22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오늘,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달에 돌아갔다”며 “그야말로 인류의 승리다. “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착륙까지 성공시킨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이 탐사선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린 스페이스X를 꼽아 “위업을 이뤘다.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달을 접수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NASA는 2018년부터 민간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를 추진해 왔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2019년 NASA의 CLPS 계약 수주 기업으로 선정돼 달 착륙선 임무에 착수했고, 이날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면서 약 5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에는 NASA의 관측·탐사 장비 6개가 탑재됐다. 이를 수송하는 대가로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NASA에서 1억1800만달러(약 1573억원)를 받는다.
이 장비들은 오디세우스가 달 표면에서 작동되는 약 일주일간 달 환경을 관측하고 관련 기술을 실증하며 각종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NASA는 이날 오디세우스가 달 착륙에 성공한 사실을 확인하며 공식 X 계정에 올린 글에서 상자 모양의 이모티콘을 붙여 “당신의 주문이 배송됐습니다…달에!”라고 썼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원하는 곳에 배송되듯 NASA가 이 기업에 의뢰한 과학 장비들이 성공적으로 달에 도착했음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NASA는 여러 민간 기업을 활용하는 CLPS 프로그램을 통해 NASA가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비용과 높은 효율성으로 장기적인 달 탐사 계획을 진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NASA가 민간 기업들과 맺은 CLPS 계약 총액은 2028년까지 최대 26억달러(약 3조4600억원)에 달한다. NASA는 민간 기업들과 프로젝트 성공 단계에 따라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CLPS 계약을 맺은 기업 중 애스트로보틱이 지난달 처음으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우주로 발사했다가 실패로 끝내면서 NASA의 근심을 키웠으나, 이번에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두 번째 시도로 성공하면서 한시름 덜게 됐다.
이번 성공으로 특히 NASA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아르테미스는 크게 3단계로 추진되는데, 1년여 전인 2022년 12월 수행한 아르테미스 1단계는 무인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를 비행하고 돌아오는 데 그쳤다.
2단계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탐사선을 달 궤도에 보냈다가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며, 3단계는 우주비행사들을 태운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이 1972년 중단된 뒤 반세기 만에 다시 인간을 달 궤도에 보낸다는 계획으로, NASA는 특히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NASA는 지난달 9일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지키고 임무 성공을 보장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당초 2025년으로 계획했던 아르테미스 3단계 계획을 2026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달 탐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우주선을 달에 연착륙시키는 것은 특히 어려운 과제 중 하나로 꼽혀 왔는데,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반세기 만에 이를 성공시키면서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NASA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달 착륙선에 탑재된 과학 장비들은 우리가 미래의 유인 달 탐사를 준비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