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트럼프 리스크’ 우려…상원 지도부는 반트럼프

“본선서 역풍” 주장…일부 의원 가세해 ‘친트럼프’와 대립 양상]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지검에 기소된 데 이어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되자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공화당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혐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란 점에서 앞선 성추문 입막음 의혹 기소 때보다 당내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대선 경선 후보간에 기소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후보 지지자 간 분열·대립 양상마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공화당 상원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논쟁거리로 부각된 것처럼 내년 선거 과정에서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던 작년 중간선거에선 고공행진 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문제가 부각되면서 선거 전까지만 해도 야당인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밝힌 후보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하는 등 공화당 후보 결정 과정에 트럼프의 영향력이 부각되면서 공화당은 예상 밖으로 고전했고, 상원 탈환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잇따른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벌써 내년 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선 경선에 출마한 팀 스콧 상원의원을 지지한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심각한 주장들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그가 대선 후보가 되면 역풍을 일으켜 공화당에 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운즈 의원은 “결국 유권자가 결정할 몫이지만, 그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에 분명히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튠 수석 원내부대표는 “2018년, 2020년, 2022년 선거 기록을 보면 트럼프가 쟁점이 됐을 때 우린 패배했다”면서 트럼프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내년 선거를 지배할 경우 공화당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그의 정책이 이슈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방식의 후보를 우린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튠 의원 역시 스콧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그는 트럼프의 숱한 법적 싸움이 트럼프 자신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선에서는 당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국 선거를 결정짓는 것은 중산층 엄마들, 교외 유권자, 젊은 유권자”라면서 “트럼프로 인한 혼돈으로 이런 유권자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공화당 상원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개별 후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작년 상원 중간선거 패배 직후 혼돈과 네거티브가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해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패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물론 공화당 상원엔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적지 않다.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한 후 이번 법원 출석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 행사에 참석했다.

J.D. 밴스 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법무부 고위직 지명자에 대한 투표를 보이콧하겠다면서 “메릭 갈런드(법무부 장관)가 이들을 활용해 바이든의 정적을 괴롭히길 원한다면 우린 법무부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시 홀리 의원은 트럼프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는 공화당 유권자들을 자극해 결국 트럼프를 압도적인 대선 후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홀리 의원은 작년 중간선거 패배에 대한 당내 트럼프 책임론에 대해서도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면 거울을 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NBC는 “트럼프가 성추문으로 기소됐을 때 공화당은 그를 중심으로 뭉쳤지만, 이번엔 그렇게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화당의 기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