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공장 생산 전량 미국 내수로

관세 회피 위해 ‘올인 전략’…“1대도 수출 안 해”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전량 미국 내수 시장에 투입하며 수출 물량 ‘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공장 생산 차량이 해외로 한 대도 수출되지 않은 것은 최근 10년 사이 처음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6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미국공장(HMMA)에서 총 2만7445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들 전량이 미국 내 판매용으로 출하됐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소재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의 생산 물량도 모두 현지 시장을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이 같은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25%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관세 부과 전 확보해둔 재고 차량으로 수출입 영향을 조정할 수 있었지만, 재고가 바닥난 현 상황에서는 생산지와 판매지가 동일한 ‘내수 전용’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지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지만, 현대차는 6월 미국 내에서 7만652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미국 내 현대차 현지 생산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업계는 현대차가 경쟁사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에서도 ‘가격 동결’ 전략을 유지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무이자 할부, 캐시백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싼(Tucson)의 미국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2만8705달러로, 도요타 라브4(2만9550달러)보다 낮다. 엘란트라(아반떼) 역시 2만2125달러로 도요타 코롤라(2만2325달러)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도요타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차량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무리한 가격 인상은 판매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대차는 하반기에도 가격 동결로 시장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지아 메타플랜트 공장에 세워진 아이오닉9/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