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 마중…공항서 ‘트럼프 규탄’ 시위도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귀국했다. 이민단속 이후 일주일 만이다.
도착 항공편은 대한항공 보잉 747-8i 전세기로,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도착장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으며 일부 근로자는 도착 직후 관계자들과 포옹하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공항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과 가족, 지지자들이 몰렸다.
한 시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담긴 대형 피켓을 펼치며 이민단속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공항 보안 인력에 의해 제지됐다. 한국 외교부는 귀국 근로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얼굴 식별이 가능한 영상이나 사진에 대한 흐림 처리(blurring)를 요청했다.
이번에 도착한 인원은 총 330명으로, 이 중 316명이 한국 국적자이며 나머지는 중국인 10명, 일본인 3명, 인도네시아인 1명이다. 이들은 조지아 포크스턴(Folkston)의 이민자 구금센터에 일주일간 수감돼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근로자 가족들도 공항에서 극심한 불안 속에서 보낸 지난 일주일의 고통을 털어놨다. 귀국한 한 근로자의 형인 황인송 씨는 “목요일 자정쯤에야 겨우 연락이 닿았고, 그나마도 ‘무사하다’는 짧은 메시지 한 통이었다”며 “가족에겐 이번 주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의 어머니 최연주는 “아들이 짧게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이렇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귀국 전날인 11일 전세기를 띄우려 했으나, 미국 측 요청으로 일정이 보류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희망자는 귀국시키고, 원하지 않는 자는 남아도 된다”는 지시를 내리면서 행정 절차가 재조정됐고, 이에 따라 귀국이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절차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귀국을 거부하고 미국에 남기로 한 한국인 근로자는 1명으로, 미국 내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일부 근로자가 불법 입국했거나, 유효한 비자가 없거나, 취업이 금지된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한 뒤 근무했다는 점을 단속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그간 반복해온 ‘비자 시스템 개선’ 요구를 미국이 외면한 결과가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 기업들은 제조시설 초기 셋업과 시운전 등 특수 인력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재원 비자(L1)나 전문직 비자(H-1B) 발급이 까다롭고 시일이 오래 걸리는 탓에, B1(상용), ESTA(관광) 등을 활용해 단기 파견 인력을 보내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한국 외교부는 향후 미국 국무부와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새로운 비자카테고리 도입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이 공장은 76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생산기지로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최소 2~3개월의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게 현대차 고위 임원의 평가다.
현재 미국에는 조지아 외에도 텍사스, 켄터키, 앨라배마 등에 20개 이상의 한국 기업 대형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한미 간 투자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향후 제도적·외교적 대응이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