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선택”…이념 대립 속 공중보건 위기 우려 고조
플로리다주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의무 접종 지침을 공식 폐지한다고 발표해, 미국 내 공중보건계와 정계 전반에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주도한 이번 조치는 미국 50개 주 중 최초로 연방 정부 및 의료계 전문가들의 강한 우려를 받고 있다.
3일 플로리다주는 기존 공립학교 입학을 위해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했던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B형 간염 등 백신 접종을 전면 자율화한다고 밝혔다.
조셉 라다포 플로리다주 보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신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이며, 정부가 그 몸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백신 의무화는 “경멸과 노예제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신체적 자유와 부모의 선택권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의료계는 즉각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제임스 콜그로브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정책은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소아과학회 수잔 크레슬리 회장은 “학생들의 질병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지역사회 전반에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미국 내 백신 접종률 하락세 속에 올해 초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역 유행은 수백 명의 감염과 10년 만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가 고령자 거주 비율이 높고 관광객 유입이 많은 주라는 점에서, 전염병 확산의 파급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정책 변화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강경한 반(反)백신 노선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연방 정부 내 내홍도 커지고 있다.
수잔 모나레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백신 자율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자, CDC의 최고 의료책임자 등 다수 간부가 동반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는 백신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했다. 뉴욕타임스는 북동부의 여러 주들도 이 동맹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백신 정책이 정파적 갈등의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