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이상연 대표 28일 방송 출연…미국내 반응 소개
애틀랜타 K 이상연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7시40분(한국시간) 한국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미국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 대표는 해당 법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 미국 정계의 반응,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과 관련한 IRA 협의 문제, 한국 정부의 미국 의회 로비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IRA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조항의 수정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제공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1. 내일 미국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에 방문하는데요. 한덕수 총리가 해리스 부통령과 만나서 “한국 전기차 차별 해소 방안 모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지금 미국 내부에서도 우리 기업, 우리 정부가 우려 표시하는 거 잘 알고 있습니까?
네. 오늘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공식적인 외교 문제로 거론하고 있고, 한국 차가 제외된 점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밝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조지아주에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공장이 들어섭니다. 조지아 주지사와 연방 의원들은 특히 이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요. “혹시 현대차 투자에 문제라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2. 그런데 어제도 일본에서 한덕수 총리와 해리스 부통령이 만나지 않았습니까? 이 만남에 대해서는 미국 고위 당국자가 나서서 선을 긋는 모양새거든요. 왜 회담에서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협상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죠?
단순히 이해한다는 것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말도 백악관 발표에 나와 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을 수행한 핵심 관료가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한 기자가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한국과 무슨 약속을 했거나 최종적인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했고요, 이에 대해 답변한 부분입니다. 이 관료는 오늘 만남에서 전기차 문제는 협상이 아니라 단순한 디스커션, 즉 토의였다고 정의했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우려를 전달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광범위하게 듣고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설명한 미국 측의 입장은 “IRA가 미국과 미국 노동자, 미국의 일자리는 물론 결국 한국과 일본에도 혜택을 준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법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가장 중요한 방한 목적은 안보와 북한 문제인데 당장 해결이 어려운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논점을 흐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차가 배제된 점에 대해 우려를 전달받았고 이를 고려해서 미국 행정부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이렇게 답변했습니다.
3. 또 다른 보도로는 외교부가 미국 로비업체 5곳을 고용하고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논의를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우선, 우리나라 같은 외국 정부가 로비업체를 고용하는 경우는 흔한가요?
네. 미국 정가에서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로비 업계를 연방의사당 바로 앞에 있는 거리 이름을 따 ‘K 스트릿’이라고 부르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K-스트릿 업체만 2118개가 있습니다. 최대 업체는 브라운스타인이라는 곳인데…소속 변호사만 250명, 지난해 매출액만 5660만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 바로 사우디 정부입니다.
한국 정부가 고용한 5개 로비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곳은 에이킨 검프라는 업체인데요. 매출 규모로는 2위이지만 역사나 영향력 이런 면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에이킨 검프를 포함한 5개 업체에 23억원, 미화로는 160만달러 정도를 썼다고 하는데, 미국 의회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우디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이 쓰는 돈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닙니다.
4. 그런데 우리 정부가 미국 로비 업체까지 고용하고도 도움을 전혀 받지 못 했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거 국민 세금만 날린 거 아닙니까?
아시겠지만 이들 로비 업체가 전기차 보조금 문제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국익과 관련된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소홀했다는 오해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회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대형 로비업체나 이들을 고용한 한국 정부와 현대자동차가 IRA나 전기차 보조금 같은 민감한 문제의 동향을 알지 못했다는 비판은 너무 무리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로비업체의 도움을 받고도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고 보기보다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민첩하지 못했다…이렇게 비판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너무 빨리 통과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긴 하죠?
이 법안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통과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된 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법안 공개 전까지 베일에 싸여있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눈치를 보는 사람이죠.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막판에 주장을 했고요, 척 슈머 원내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서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 7월 27일입니다. 사실 이 조항은 지난해 BBB 즉,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의 거센 로비로 무산됐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걸 보수 성향의 맨친이 다시 회생시켜서 새 법안에 우겨 넣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때부터였고요. 이후 상원에서 8월 7일 통과됐는데 이때까지 단 열흘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특히 상원에서 난상토론으로 여러 조항이 수정된 뒤에는 하원에서는 거의 수정없이 통과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다면 이 10일 동안의 이른바 골든타임에 했어야 했는데 이 기간에 뭘 했는지를 따져보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미국 현지에서 볼 때 우리의 우려들이 해소될 거라 보십니까?
음. 일단 단기적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해당 조항의 수정인데 중간선거를 1달 남짓 남겨놓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선거전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그리고 선거 후에도 내년 1월에나 의회가 다시 열립니다. 무엇보다 의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있고, 의원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요. 조지아주 등 특정한 이익관계가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행정부나 의회 전반적으로 미국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해리스 부통령이 일본에서 “법안의 임플리멘테이션, 즉 시행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방안이 있을까 들여다 보겠다”고 말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부가 법안을 시행하면서 한국에서 만든 차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해주려면 이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게 뭘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미국 재무부에서 FTA, 자유무역협정 얘기가 나온 것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FTA의 핵심이 상대국가에서 제조된 제품도 내국산과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아니겠습니까. 미국과 FTA를 맺은 20개 국가 가운데 전기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밖에 없습니다. 이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는 원래 워딩이었던 ‘미국내 공장’이 무슨 이유인지 상원 토론 과정에서 ‘북미 공장’으로 바뀌면서 막판에 구제가 됐습니다. 결국 한국 한 나라만 남은건데요. 이 내용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받을 만한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이고, 집요하게 요청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