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출신 조지아 남성…시민권자와 결혼
트럼프 약속한 ‘자진출국 프로그램’, 거짓말 의혹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데이비드(가명)는 가족과 평화롭게 미국을 떠나기 위해 자진출국(self-deportation)을 신청했지만, 이민국(ICE)은 오히려 그를 자택 앞에서 체포하고 구금했다. 연방정부가 자진출국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 단속 대신 스스로 출국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홍보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CBP 앱으로 자진출국 신청…그러나 체포
애틀랜타 독립 언론 ‘285 사우스’에 따르면 데이비드는 지난 5월 연방 국토안보부(DHS)가 운영하는 ‘CBP Home’ 앱을 통해 자진출국 의사를 등록했다. 이 앱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5월 론칭한 것으로, 불법체류자가 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DHS는 이 앱을 통해 자진출국을 신청하면 ICE 단속에서 “일시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아진다(deprioritized)”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7월 12일 토요일 아침, 조지아주 어거스타에 있는 데이비드의 자택 앞에 세 대의 차량과 함께 ICE 요원들이 나타났고, 데이비드는 체포되었다. 체포 당시 그는 세 자녀와 손주를 둔 가장이었고, 미국 시민권자인 부인 니콜과 함께 살며 부동산과 자동차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왜 자진출국 계약을 어기는가” 분노
데이비드는 2015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후 체류 기간을 넘겨 미국에 불법체류 중이었다. 그동안 시민권자 부인과의 결혼을 바탕으로 영주권을 신청했으나, 과거 오해에 의한 사기 혐의 체포 이력이 ICE의 레이더에 포착되며, 두 차례 장기 구금되었다.
2023년에는 GPS전자발찌를 착용하고 ICE 집중감시프로그램(ISAP) 하에 조건부 석방됐다. 마지막 대면 점검 이후, 그는 더 이상 불확실한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고 CBP Home 앱을 통해 출국 의사를 공식적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ICE는 전자발찌가 끊겼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했다. 부인 니콜은 전자발찌가 멀쩡히 부착돼 있었고 그날 아침 충전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ICE가 요구한 출석 약속도 ICE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했으며, 이후 9월까지의 출석 일정도 잡혀 있었음을 증명했다.
니콜은 체포 당시 ICE 요원들이 전자발찌 점검을 핑계로 집 밖으로 데이비드를 유도했고, 자신이 연방 정부 직원이라는 주장까지 거짓으로 몰아 체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자진출국 프로그램은 함정” 의혹
니콜은 이번 사건을 두고 “자진출국 앱은 체포를 위한 함정이었다”고 주장한다. “ICE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자의 주소와 위치를 확보하고, 구금 목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며, 자진출국을 신청한 뒤에는 더 이상 ICE와의 접촉이 없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무시되었다고 했다.
이민법 전문가 스티븐 예일-로어 전 코넬대 교수도 “ICE는 자진출국 신청자에 대해 우선순위를 낮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며, 이민자들이 아무리 협조해도 불이익만 겪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열악한 구금 환경, 가족의 고통
데이비드는 애틀랜타 ICE 시설을 거쳐 현재 조지아주 럼킨(Lumpkin)의 스튜어트 이민구치소(Stewart Detention Center)에 수감돼 있다. 그는 처음 ICE 시설에 수감되었을 당시, 43명이 한 방에 갇힌 상태에서 하루 한 끼 식사와 문 없는 화장실을 제공받았다고 전해졌다. 이후 연방교도소로 옮겨졌지만, 전화 사용이나 외부 연락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데이비드의 가족은 “자진출국을 신청했음에도 강제구금당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는 현실은 정부의 이중적 행태”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변호는 아시안아메리칸 정의진흥협회(AAAJ-Atlanta)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ICE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조지아주의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과 존 오소프 상원의원도 가족 측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니콜은 “그가 도망가려던 것도 아니고, 전자발찌도 착용한 채 자택에 머물며 협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를 이런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끌고 가야 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