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시티 FC 성공신화…그 뒤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결과 소통으로 모범적 조직 문화 만들어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이하 CITY SC)는 단순한 축구 구단이 아니다. 이 팀은 도시와 시민, 팬과 문화, 운영과 철학이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적 플랫폼이다.

애틀랜타 K는 구단의 초청으로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이 조직을 움직이는 5명의 인물을 만났다. 리 브로턴, 마크 아벨, 데이비드 최, 박보미, 그리고 한국인 선수 정상빈 이들의 역할과 연결을 따라가 보면 CITY SC가 단순한 스포츠 조직이 아닌, 도시형 조직문화의 모범 사례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도시 서사를 설계한 전략가

리 브로턴 (Lee Broughton), 도시 브랜드를 축구 생태계로 연결하다

구단 오너 리 브로톤, 마크 아벨 부사장, 제나 토로로프 PR 디렉터(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은 기자 Atlanta K Media

영국 출신의 리 브로턴은 CITY SC 구단 9명의 오너 가운데 1명이며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을 설계한 전략가다. 글로벌 렌터카 기업 엔터프라이즈 홀딩스(Enterprise Holdings)에서 마케팅 임원으로 활동하며 축적한 브랜드 전략 역량을 바탕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시민 캠페인 ‘#STLMade’를 기획·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도시의 언어와 이미지를 재구성했고, 이후 축구단의 팬 경험과 도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이끌었다. 세인트루이스시를 사랑한다는 그와 마주친 곳은 다름 아닌 한인 셰프 데이비드 최가 운영하는 구장 내 ‘서울 타코’ 앞. 서울 타코를 세인트루이스시와 CITY SC 홈구장인 에너자이저 파크의 자랑이라고 소개한 그는 스포츠와 문화, 그리고 도시를 묶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조직의 얼굴이자 대외 신뢰의 설계자

마크 아벨 (Marc Abel), 구단의 철학을 체험을 전달하다

마크 아벨 부사장./이승은 기자 Atlanta K Media

CITY SC의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마크 아벨은 언론 대응, 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략을 총괄하며 구단의 ‘외부 신뢰’를 구축하는 인물이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위기관리·브랜드 캠페인 경험이 강점인 그는 직접 한인 취재팀을 맞아 5시간 넘는 구장 투어와 구단 소개, 선수 및 코치진의 인터뷰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계 챙겨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장 투어에서 그가 강조한 포인트는 ‘로컬화’와 ‘지속가능한 운영’으로 구단이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줬다. 구장이 지어진 부지의 슬픈 역사를 숨김없이 소개하며 “그래도 우리는 역사를 기억한다”는 진솔한 태도는 큰 울림을 줬다.

버드와이저와 미켈롭을 만드는 미국 최대 맥주회사 앤호이저 부시가 세인트루이스 본사여서 “구장에서 팔리는 맥주 마저도 로컬”이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짓는 그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구단의 철학을 현장 경험과 어우러지게 연결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CITY SC가 도시 브랜드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유에는 그의 섬세한 소통 전략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

◇ 음식으로 전하는 다문화 팬 경험

데이비드 최 (David Choi), 김치와 불고기…맛을 통해 연결하다

데이비드 최 셰프

CITY SC의 로컬 벤더 프로그램 ‘CITY Flavor’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트너는 바로 서울 타코(Seoul Taco)다. 한식을 빠르고 재현성 높은 메뉴로 풀어낸 서울 타코는 김치버리또, 불고기 타코 등으로 지역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취재팀이 직접 맛본 음식은 퓨전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전통적인 맛을 그대로 갖춘 진짜(Authentic) 한국음식이었다.

서울 타코를 이끄는 데이비드 최 대표는 단순한 음식 판매를 넘어, CITY SC가 추구하는 다문화 도시 정체성을 음식으로 구현해내는 크리에이터다. 최 대표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15년 전 시작한 푸드트럭이 현재는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등 10개 지점으로 확장됐다”고 소개했다.

기자에게 “맛있다”며 건넨 된장 쿠키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K-푸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 선수의 하루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박보미 (Bomi Park), 일상과 경기력을 연결하는 조력자

김밥을 들고 있는 박보미 매니저./이승은 기자 Atlanta K Media

CITY SC의 박보미 매니저는 외국인 선수의 정착, 생활 지원, 일정 조율 등 실무 전반을 조용히 뒷받침하는 핵심 스태프다.

특히 박 매니저는 한국인 공격수 정상빈의 현지 적응을 위해 매일 아침 직접 김밥을 싸서 전달하고 있다. 미국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선수가 낯선 음식과 환경에 지치지 않도록 하루의 시작을 ‘익숙한 맛’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단순한 일정 조율이나 통역을 넘어서, 선수가 그라운드 밖에서 안정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상 전반을 세심하게 챙기는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 하루 한 끼의 김밥이 선수와 구단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고, 그 정성이 경기장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그의 일이다.

◇ 지원 시스템의 정점에 선 ‘한국 축구의 미래’

정상빈(Jeong Sang-bin), 차세대 스트라이커 “골로 보답한다”

정상빈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를 갖고 있다./이승은 기자 Atlanta K Media

CITY SC가 이처럼 정교한 구조와 사람 중심의 운영을 갖춘 이유는 분명하다. 스타를 키우기 위한 시스템,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와 미래를 겸비한 한국인 스트라이커 정상빈이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 정상빈은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MLS)에서도 큰 기대를 받는 유망주다. CITY SC는 그를 영입하며 단순히 선수 한 명을 데려온 것이 아니라, 그를 스타로 성장시키기 위한 환경 전체를 조율하고 설계했다.

애틀랜타 K를 비롯한 한인 언론의 초청도 그 일환이었다. 구단은 정식 취재 초청과 함께 미디어 투어, 인터뷰, 현장 안내 등 전방위적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상빈은 “이렇게까지 체계적이고 세심한 지원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CITY SC는 단순한 구단이 아니라, 선수를 진심으로 성장시키려는 팀”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도시와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반드시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

◇ 연결의 힘…CITY SC, 조직문화로 쓰는 성공 공식

“연결이 전부다(Connection Is Everything).”

세인트루이스 CITY SC의 운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문구다. 이 구단은 스타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팬 경험, 선수 지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단일한 목표를 향해 조직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서열이 아닌 연결 중심의 조직문화는 CITY SC만의 특징이다. 무엇을 얼마나 잘 연결했는지가 곧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용한 조율과 명확한 역할 분담, 그리고 현장 밖의 치밀한 운영이 이들의 성공을 뒷받침한다.

CITY SC는 단순한 MLS 신생 구단의 성공 사례를 넘어, 현대 스포츠 조직이 지역 사회와 함께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자 사진

이승은 기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