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기준은 ‘돈’…악의적인 사고시 천문학적 배상
사망시 산재보험 평균 150만불 보상…별도 소송도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 가동…내부고발 장려해
본보 이상연 대표가 한국 뉴스매체인 ‘뉴스버스'(대표 이진동)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해당 칼럼을 전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국 제빵업체인 SPC의 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 기업 측의 악의적(willful) 과실 인정 및 경영자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계는 SPC사고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처벌과 실질적 예방조치를 요구하고 있다.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의 산업재해 법률은 이런 산업재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의 산업재해를 총괄하는 기관은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이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OSHA는 작업현장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를 조사해 벌금을 부과하고, 형사 처벌이 필요할 경우 검찰에 기소를 의뢰하는 역할을 맡는다.작업장에서 일어난 각종 안전 규정 위반과 노동자 부상 및 사망과 관련해 OSHA가 부과하는 벌금은 연방법에 최대 14만5000달러(약 2억5900만원)로 규정돼 있지만 주정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고용주의 악의가 드러날 경우엔 100만달러(14억20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협력업체인 한국기업 리한(Leehan)은 노동자의 절단 사고와 관련해 20만5384달러(2억916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가운데 12만2879달러(1억7450만원)는 안전 규정을 고의로 무시한 악의성(willful)에 대한 벌금이었다. 이같은 벌금은 사망사고 발생과는 상관없이 부과되는 것으로 한국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사망 사고시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노동자가 작업중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 업주(owner)를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기소해 최대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실제 오하이오주의 한 건설업체 오너는 2명의 노동자가 배수 작업중 익사한 사고가 나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펜실베이니아주의 건축업체 대표는 추락 방지와 관련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돼 10개월간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 법률은 고용주가 ▲고의적으로 안전 규정을 무시한 악의성(willful)이 입증됐거나 ▲안전당국에 허위보고를 했거나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 조사에 앞서 작업장내 시설을 조작했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의 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 그 중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시 당국의 벌금 부과와는 별도로 미국 산재보험이 지불하는 보상액도 한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안전협회(NSC)에 따르면 작업장 사망사고 1건당 평균 보상액은 150만달러(21억3000만원)이며 수백만달러를 보상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주가 2~3인 이상 작업장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산재보험과는 별도로 기업측의 악의성과 태만 등이 드러나면 피해자나 유족은 민사소송을 따로 진행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업주의 반복적인 안전규정 위반과 고의성이 확인되면 1000만달러 이상의 배상금 지급 판결이 내려지기도 한다. 작업장 안전사고는 아니었지만 미국 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는 지난해 7월 한 노동자로부터 소송을 당해 1억2500만달러(1775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정도 금액이면 웬만한 기업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산업재해법의 가장 중요한 특색은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를 철저히 보호하고 거액의 보상을 약속해 내부고발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은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해 고용주로부터 보복당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해당 기업 퇴사후 다른 기업 취업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의 악의나 태만으로 인해 형사 및 민사 소송이 이뤄질 경우엔 배상액의 15~30%를 내부고발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