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는 안정기”…66세부터 초기 노화

인간의 뇌, 평생 다섯 번 변곡점 거친다…83세 이후 후기 노화 진입

인간의 뇌는 일생 동안 다섯 차례의 뚜렷한 발달과 변화 단계를 거치며, 평균적으로 9세, 32세, 66세, 83세를 전후해 구조적 변곡점을 맞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0대는 노화가 본격화되기 전 ‘안정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는 알렉사 모즐리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을 제1 저자 겸 교신저자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0세부터 90세까지 총 4216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연령별 평균 뇌 구조를 1년 단위로 구성하고, 뇌 백질을 중심으로 뇌 연결망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생애 동안 다섯 개의 뚜렷한 단계로 구분되는 변화 양상을 보였다.

출생 후부터 약 9세까지는 ‘아동기 발달 단계’로, 뇌 크기는 급속히 성장하지만 효율이 낮은 신경 연결은 정리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른바 ‘가지치기’ 현상이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다.

9세 이후 약 32세까지는 ‘청소년기 및 초기 성인기’로 분류됐다. 이 시기에는 뇌 영역 간 연결 효율이 높아지며 정보 전달 능력이 강화된다.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정점에 가까워지는 시기로 분석됐다.

32세부터 66세까지는 ‘안정기’ 단계로, 뇌 구조의 큰 변화 없이 연결 패턴이 비교적 고정된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 뇌 영역 간 분화가 뚜렷해지며, 기능적 효율성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66세 이후부터는 ‘초기 노화 단계’에 접어든다. 일부 뇌 영역은 강하게 묶이는 반면, 영역 간 연결은 점차 약화하고 백질 변성이 시작된다. 이 시기부터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약 83세 이후에는 ‘후기 노화 단계’로 분류됐다. 뇌 전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기보다, 자주 사용하는 제한된 연결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단계 구분이 특정 연령대에서 뇌 질환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주로 아동기에 진단되고, 정신질환의 약 75%가 20대 초반에 발병하며, 알츠하이머병이 초기 노화 단계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과도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평균값에 근거한 것이며, 개인별 뇌 변화 시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령 자체보다 생활습관과 건강 관리가 뇌 노화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