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70 전동화 생산 중단 후 싼타페·투싼 집중
현대자동차가 앨라배마 공장(HMMA)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폐지와 고관세 부과가 겹치면서 현지 생산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앨라배마 공장이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앨라배마 공장은 2023년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며 현대차의 첫 ‘메이드 인 USA’ 전기차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판매량과 세제 혜택 축소로 현지 생산 이점이 사라지자, 현대차는 해당 모델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다.
빈 생산라인은 하이브리드차로 채워지고 있다. 올 1월 2325대에 불과했던 싼타페 하이브리드 출고량은 지난달 6888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앨라배마 공장이 전동화 모델의 한계를 메우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환하는 실질적 생산 허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베스트셀링카인 투싼 물량도 앨라배마 공장에서 확대한다. 기존에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투싼 물량을 모두 앨라배마에서 맡기로 했다. 멕시코산 차량에도 25%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투싼은 1만6406대 판매되며 인기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 생산분을 앨라배마로 옮기는 것은 단순한 생산 조정이 아니라,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만 해도 1조60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떠안았지만,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로 상반기 13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는 관세·보조금 정책 변화 속에서도 현지 소비자 수요가 탄탄해 ‘수익 방어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앨라배마 공장이 현대차의 미국 내 대응 전략에서 중심축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앨라배마에서 인기 모델 위주로 생산을 늘리면,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며 “현지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