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불법체류자 된 사연은?






한인들이 불법체류자 된 사연은? 이민 단속 강화에 ‘초긴장’












영주권 수속 도중 사업체 파산, 고용주와의 마찰 등 많아

비자변경 과정서 문제 발생, 체류기한 넘기고 눌러앉기도

의도적인 밀입국은 극소수…강력 단속에 ‘초긴장’ 스트레스

연방 당국 등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불법체류자가 11만명 이상, 최대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주 전체 한인 인구의 5~10%에 해당하는 이들 서류미비 한인들은 도대체 왜 불법 체류 신분이 된 것일까?

미 동남부 최대 규모의 한인 로펌을 이끌고 있는 위자현 변호사(Wie Law Firm 대표)는 “국경을 통한 밀입국자가 대다수인 히스패닉계와 달리 한인 서류미비자들의 대부분은 영주권이나 비자변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 불체자 Y씨는 2000년대 초반 개신교 교단의 목회자를 꿈꾸는 남편과 함께 미국 신학대학에서 발급한 학생비자(F)로 미국에 입국했다. Y씨의 남편은 신학교에 다니며 한 한인교회의 전도사로 봉사했고 교회 측은 졸업 후 종교비자(R) 및 영주권 스폰서를 약속했다.

하지만 개척교회로 교인 수가 많지 않았던 이 교회는 남편의 졸업 직후 문을 닫았고 이들 부부는 고민 끝에 소규모 사업체에 투자해 운영하는 투자비자(E2)를 받기 위해 지인의 소개로 작은 비즈니스를 인수했다. E2 비자를 받기는 했지만 비즈니스 경험이 없던 부부의 사업체는 곧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들은 결국 가게 문을 닫고 다른 한인 비즈니스에서 현금을 받고 일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E2 비자 갱신에 실패한 이들 부부는 결국 서류미비 상태가 됐고, 현재는 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자 신분인 자녀들의 명의로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불체자라는 낙인이 찍힌 후에는 체류 신분에 관계없이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워싱턴주 면허증으로 일상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런 이민단속이 강화될 때면 차를 몰고 그로서리 쇼핑에 나서는 것도 두려울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모습./ICE 제공

위자현 변호사는 “취업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스폰서 사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고용주와의 불화로 수속이 중단될 경우 약자인 한인 신청인들은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른 체류 비자로의 전환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서류 미비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인 불체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시점은 2000~2008년으로 추정된다. 위 변호사는 “2000년에 빌 클린턴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체자 사면 정책인 ‘245(i)’를 실시했고, 2008년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비자(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한인들 가운데 학생비자나 취업비자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위 변호사는 “사실 관광비자는 한인들이 미국에 입국해 신분을 변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무비자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이같은 통로가 막혔다”면서 “간혹 무비자로 입국해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 오버스테이(체류기한 초과)로 불법 신분이 한인들도 있지만 예전해 비해 숫자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을 통해 밀입국한 한인 불체자들은 더욱 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민당국의 단속에 적발돼 추방됐지만 미국에 남겨둔 시민권자 자녀 등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월경을 시도한 사람들도 있다. 위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이후 밀입국 한인 등의 상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연방 이민당국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했다가 덩달아 불체 신분이 된 한인 청년들의 숫자도 60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구제해주는 이른바 DACA(청년 불체자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중단도 추진하고 있어 이민 단속의 아픔은 세대를 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자현 변호사는 “일단 이민 단속의 광풍이 시작되면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속에 적발됐다고 해서 모두 추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과 미리 상담을 갖고 그동안의 이민 관련 서류 등을 챙겨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Wie Law Firm 상담 전화 (770) 817-0208

이상연 대표기자

위자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