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년 모기지 도입하겠다”

월 상환 부담은 줄지만, 총이자액은 2배↑…침체된 부동산시장 돌파구 될까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도입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윌리엄 풀트(William Pulte) 청장은 “실제로 50년 모기지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 주택금융의 판을 바꿀 혁신적 제도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30년 모기지를 도입했듯, 나는 50년 모기지를 제시한다”는 밈(meme) 이미지를 올렸다.

이에 윌리엄 풀트 FHFA 청장이 즉각 반응해 “우리 기관이 실제로 50년 모기지를 준비 중이며,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5년·10년·15년 단기 모기지 상품에 대한 완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50년 모기지가 월별 상환 부담을 줄여 내집 마련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대출 원리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갚는 ‘상환기간 분산(amortization)’ 구조 덕분이다.

예를 들어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 대출을 6% 금리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30년 만기의 경우 월 상환액은 약 2398달러, 50년 만기로 늘리면 월 2105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는 매달 300달러 가까이 절약되는 셈이지만, 대신 전체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총이자 부담은 거의 두 배로 증가한다.

30년 만기 대출의 총이자액이 46만3352달러인 반면, 50년 만기로 연장할 경우 86만3371달러로 불어난다.

즉, 대출자는 집 한 채 값에 가까운 금액을 추가로 이자로 내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 상환 부담 완화는 단기 효과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시장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2022년부터 금리 상승으로 거래가 급감하며 30년 만의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국 시장에는 매수자보다 34% 더 많은 매도자가 존재한다.

높은 금리와 집값으로 신규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50년 모기지 구상은 주택 구입 여력을 높여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카드로 해석된다.

풀트 청장은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기지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Assumable Mortgage’ 제도 또는 ‘이전 가능한(Portable) 모기지’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 안전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두 기관은 미국 전체 12조달러 규모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보증하고 있으며, 대공황 이후 정부 통제 하에 운영되고 있다.

기자 사진

이승은 기자
모기지 일러스트/Atlanta K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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