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 정부 질책 보도…“미국 시장 의존이 부른 고통스러운 오판”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미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외교적 공세를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관세 부과와 이민 단속이라는 역풍을 맞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WSJ은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무역 정책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 노력은 ‘고통스러운 오판(painful miscalculation)’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했고, 올해 3월에는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29조9천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25% 자동차 관세를 그대로 부과했고,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300명이 이민 단속에 체포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WSJ은 “이 사건은 현대차가 지난 1년간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 했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현대차의 ‘과도한 친트럼프 행보’가 한미 무역 협상에서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질책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너무 공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무역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말했다.
WSJ은 “현대차가 단속 이후에도 26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추가 미국 투자를 공언하면서 한국 정부의 경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WSJ은 현대차가 트럼프 행정부의 냉랭한 반응에도 미국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의 급격한 몰락을 꼽았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현대차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현대차는 미국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WSJ은 또 지난해 6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의 방한 일화를 전하며 현대차의 대미 관계 강화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의 최대 제조 투자 프로젝트인 현대차 메타플랜트(현대차 전기차 공장) 관련 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정의선 회장은 제주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켐프 주지사에게 자신의 전용기를 제공했고, 켐프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정 회장과 현대차 경영진은 대한항공 일반 항공편으로 귀국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압박’ 속에서 현대차가 미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며 외교적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