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학교를 왜 정치의 장으로 만드나”

애틀랜타한국학교서 “이승만 교육 필요” 주장…일부 이사-학부모들 ‘격앙’

미국 동남부 최대의 한국어 교육기관인 애틀랜타한국학교(교장 고은양)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교육을 학생들에게 실시하자는 주장이 이사회에서 제기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 주장은 이사회 일원이자 현재 애틀랜타에 이승만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인 주중광 조지아대(UGA) 석좌교수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주 교수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며 “애틀랜타한국학교에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사는 “한국어 교육기관을 특정 정치 인물의 역사적 재평가를 위한 무대로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일부 학부모들에게도 전해졌으며 특히 30대와 40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폭발했다.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우리는 아이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게 하려고 한국학교에 보내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 그것도 논란이 많은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교육이 포함된다면 더 이상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틀랜타한국학교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미국 내 거주하는 한인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전통문화를 교육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동안 정치와는 철저히 분리된 운영 방침을 유지해왔으며 다른 한인단체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으로 신뢰를 얻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투명한 이사 선임 기준과 일부 이사진의 장기 집권 등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학교 운영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리박스쿨’ 사태처럼 특정 인물에 대한 정치적 신념이 교육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애틀랜타 한인사회까지 갈라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한국학교 관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라며 “학생들의 언어·문화 교육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특정 인물 중심의 역사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분명한 교육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주환 애틀랜타한국학교 이사장은 반론을 통해  “당시 이사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교육 건의는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도 않았고 재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애틀랜타한국학교는 오직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석 함양, 한국문화 교육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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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