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현대차 유치는 내 성과”…한국인 체포엔 ‘침묵’

조지아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등 사흘째 입장 안밝혀 비판

체포된 한국인들 미국 장기 입국제한, 영구 입국금지 위험

조지아 브라이언카운티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벌어진 지 사흘이 지났지만 그동안 “현대차 유치는 내 성과”라며 앞다퉈 공을 주장해온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은 끝내 침묵을 택했다.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경제개발 프로젝트’라는 현대차 메가사이트 유치를 내세워 재임 기간 내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 2022년 재선에서도 손쉽게 승리했다. 오소프 의원도 각종 투자 유치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한편 한인사회와 접점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연행돼 열악한 조지아 남쪽의 이민구치소에 수용됐지만 이들의 구금 실태와 법적 보호, 지역 경제 파장에 대해 이들 주의 ‘얼굴’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민 단속 강화 기조의 연방 행정부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의 ‘조지아 모델’을 동시에 의식하느라 눈치만 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권자 앞에선 ‘일자리’ 프레임을 제시해 표를 얻고, 위기 앞에선 ‘정당한 법 집행’ 뒤에 숨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애틀랜타한인회(회장 박은석)이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맷 리브스 주하원의원은 “켐프 주지사와 주정부는 왜 이번 단속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지아 주정부에게 한국과의 경제 협력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면서 “곧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와 한인 연방 상원의원 앤디 김, 조지아주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5명은 6일 공동 성명을 내 “폭력범이 아닌 일터의 이민자들을 대규모 추방 할당량을 위해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성명은 “체포자 다수가 한국계로 알려졌고, 시민권자·영주권자까지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다”며 “이번 단속은 가족을 갈라놓고 경제를 해치며, 글로벌 파트너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신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위기 국면에서 최소한의 원칙을 말한 쪽과,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을 보내는 쪽이 선명히 갈린 셈이다.

이번 단속의 칼날은 단지 ‘그날’에만 상처를 준 것이 아니다. 대부분 소속 기업들의 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러 왔다 체포된 30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 영구 입국금지라는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조지아주 위자현 변호사는 “체포된 사람들의 경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당국과 협의해 자발적 출국(Volutary Depature) 처분을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발적 출국 처분을 받은 사람들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민 재판을 받지 않고 이민심사관의 결정으로 가속 추방(Expedited Removal)이 집행되면 통상 최소 5년 재입국 금지, 정식 추방명령은 10년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또한 허위진술·사기 판정까지 받으면 영구 입국 금지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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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현대차 메타플랜드 준공식 모습. 사진 왼쪽부터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브라이언 켐프(Brian P. Kemp) 조지아 주지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버디 카터(Buddy Carter) 연방 하원의원/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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