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총기 소지 가정, 살해 위험 2배·여성 피해 84% 차지”
조지아주 존스크릭에서 발생한 한인 치과의사의 일가족 총격 사망 사건이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가정 내 총기 소지가 과연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존스크릭 세인트 아이브스 컨트리클럽 내 자택에서 유명 한인 치과원장이 자신의 아내와 10대 딸에게 총격을 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총이 가정 안에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됐다.
미국 전역에서는 범죄 예방과 자기방어를 이유로 가정에 총기를 소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최근 연구들은 총이 오히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 “총기 있는 집, 가족 살해 위험 2배…특히 여성 위험 커”
스탠퍼드대 보건법 교수 데이비드 스터더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총기를 소지한 가정의 구성원이 이웃보다 2배 이상 살해될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2년간 캘리포니아 내 18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 중 2300여 명이 타살로 숨졌다. 이 중 총기 소유자와 함께 거주했지만 본인은 총을 소유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 내 살인 사건은 총기 소유 가정에서 3배 이상 발생했으며, 배우자나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총격 살인은 무려 7배 더 자주 일어났다. 피해자의 84%는 여성이었다.
스터더트 교수는 “총이 있는 집에서 여성은 자신의 파트너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할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며 “총은 방어가 아닌 공격의 도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 “총기 소지해야 범죄로부터 보호” 주장 근거 없어
총기 옹호론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논리는 “가정에 침입한 범죄자를 총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총기 소지 가정이 침입자에 의한 살인 사건에서 더 낮은 피해율을 보였다는 통계적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스터더트 교수는 “우리는 침입자에 의한 살해 사건도 분석했지만, 총기 소지 가정에서 그 위험이 더 낮다고 볼만한 데이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골프클럽 단지는 범죄율이 낮은 존스크릭에서도 가장 범죄 노출이 적은 지역으로 외부 위협에 의한 범죄 피해 확률이 제로(0)에 가까워 총기 소지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은 곳이다.
◇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산 총, 가족을 향했다”
이번 존스크릭 총격 사건에서도 가족에게 총구를 겨눈 최 원장은 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상태였으며, 평소에는 가족을 위해 헌신적이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간사 시절 그를 잘 알고 있는 한인 인사는 “평소에도 차량에 총기를 휴대하고 있었고 총격을 즐기곤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총기를 소지한 상황에서 심리적 위기나 일시적 분노, 감정 폭발이 총기라는 수단과 맞물릴 경우, 방아쇠는 타인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총기 관련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자살 또는 가정 내 총격 사건으로 인한 것이다. 이 중 다수는 총을 가족 보호용으로 소지했던 경우다.
◇ 전문가 “총기 없는 것이 더 안전…특히 여성을 위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총기를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 가족 모두의 안전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가정폭력, 우울증, 스트레스, 부부갈등 등이 존재할 경우, 총기가 있는 집은 언제든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스크릭 사건처럼, “좋은 아버지”, “성실한 남편”으로 불리던 이도 극단적 선택 앞에서 총을 들었고, 그 총구는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을 향했다.
스터더트 교수는 “우리는 모두 더 안전한 집과 사회를 원한다”며 “총기를 집에 들이는 것은 그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