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물 사용…인근 지역 우물 오염, 수압 저하 등으로 고통
“물맛이 이상하고, 수압이 너무 낮아요. 양동이로 변기를 내리고 살아요.”
영국 BBC 방송이 13일 심층 취재기사를 통해 조지아주 데이터센터 투자의 어두운 그늘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조지아주 페이엣카운티에 거주하는 은퇴 주민 베벌리 모리스 씨는 최근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2016년 은퇴 후 숲과 고요함으로 둘러싸인 시골 집에서의 평화를 꿈꿨던 그는, 이제 양치할 물조차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한다. 그의 집에서 불과 366m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모리스 씨는 “주방 수압이 너무 낮아 파이프 수리를 했지만 여전히 침전물이 섞여 나온다”며 “물을 마시는 건 겁이 나지만 요리나 양치는 어쩔 수 없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공사가 지하수를 오염시켰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양동이에 물을 받아 변기를 내리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메타 측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독립 조사 보고서까지 의뢰해 “자사 시설이 지역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 메타는 더 이상 ‘좋은 이웃’이 아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조지아 역시 이 중심에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지아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 중 하나로, 습한 기후 덕분에 냉각용 물 공급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적 이점은 지역 생태계와 주민 삶의 질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클라우드’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현실 속 데이터센터는 고온의 서버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2027년까지 AI 기반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1조7000억 갤런의 물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메타, 아마존(AWS), 구글 등은 냉각용 물 소비 절감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AWS는 “2030년까지 물 사용량보다 더 많은 물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QTS(퀄리티 테크놀로지 서비스) 등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지역에 수백만달러 세수를 창출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다.
플린트강을 지키는 시민단체는 데이터센터 건설지 하천에서 탁하고 갈색을 띤 물을 채집했다. 현장에서는 응결제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린트리버키퍼의 고든 로저스 이사는 “큰 땅을 가진 기업이 작은 토지 소유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에모리대학교 라지브 가르그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이제 현대사회의 핵심 인프라”라며, “더 똑똑한 냉각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도 인정했다.
AI가 발전할수록 물 사용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챗GPT에 질문 하나를 던지는 데도 생수병 한 개 분량의 물이 소비된다는 연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