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여성 지도자 시대…첫 여성 총리 탄생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선출…보수 재편 주도한 강경 우익 리더

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며 정권의 수장을 맡게 됐다.

다카이치는 보수 강경 노선을 내세운 ‘여자 아베’로 불리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할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다카이치는 21일 일본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하며 공식적으로 차기 총리로 임명됐다.

당초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일본유신회(維新の会) 와의 극적 협력으로 정권 구성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일본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맞게 됐다.

고베대학 출신의 다카이치는 민영방송 앵커로 사회에 진출한 뒤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아베 내각에서 총무상, 과학기술담당상, 저출산대책특임상 등 핵심 각료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기시다 내각에서는 경제안보담당상으로 활동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 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하며,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그의 정책을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라고 부르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이 가시화된 직후 닛케이 지수는 사상 처음 4만9000선을 돌파해 5만선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의 출범은 한일 관계를 비롯한 외교 현안에서 긴장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매년 이어온 대표적 보수 인사다. 최근에도 신사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개인 비용으로 공물을 봉납했다. 과거에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을 주장한 바도 있다.

다만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북한·중국·러시아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고 밝혀,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본 현지 전문가들은 총리직에 오른 그가 극단적인 행보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7~29일 방일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30일 한국을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다카이치는 안보 강화와 역사 수정주의적 시각을 공유하는 강경 보수파지만, 미국과의 동맹은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한국과는 역사·영토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은 일본 정치가 다시 한 번 보수 재편의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이중적 이미지 속에서, 그가 어떤 균형을 택할지가 향후 일본의 외교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나에 다카이치 신임 총리/요미우리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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