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팝송영어] Elvis Presly ‘If I Can Dream’

흔히 꿈을 이루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지만, 사실 꿈을 꾸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의 대부분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모든 꿈을 다 이룬 것 같았던 나이인 33세에 느닷없이 ‘내가 꿈꿀 수 있다면(If I can dream)’이라는 노래를 발표합니다. 아버지가 감옥에 간뒤 흑인들만 모여사는 미시시피주 트레일러 주택 단지에서 태어나 가난과 멸시를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스타로 성장한 엘비스가 왜 갑자기 꿈에 대해 노래한 것일까요?

최근 개봉한 영화 ‘엘비스’를 며칠 전 본 뒤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전기영화는 감동의 울림이 한층 더 깊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황량한 미시시피주 투펄로와 흑인문화의 상징이었던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흑인음악을 통해 꿈을 꾸기 시작한 엘비스는 대성공을 거둔 뒤에도 꿈을 잃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흑백분리와 인종차별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남부에서 온갖 모멸을 뚫고 흑인음악을 고집하던 엘비스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자신의 집 ‘그레이스랜드’에서 수마일 떨어진 멤피스 다운타운에서 암살되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암살사건 2달 뒤 발표된 이 노래는 킹 목사의 명연설인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에 대한 오마주(homage)이자 꿈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대스타가 되었지만 엘비스에게 세상은 여전히 “폭우를 내리는 먹구름에 길을 잃는 것처럼 고통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We’re lost in a cloud with too much rain, We’re trapped in a world that’s troubled with pain)입니다. 인종을 이유로 총구를 겨누는 사회의 벽과,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악질 매니저에게 이용당해 ‘상품’으로 전락한 개인에 대한 좌절이 넋두리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노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분명 대답이 있다”고 약속합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일어서고, 걸을 수 있다면, 무엇보다 꿈을 꿀 수 있다면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촛불의 빛을 볼 수 있습니다(Out there in the dark, there’s a beckoning candle). 중요한 것은 그저 꿈을 꾸려고 하는 작은 시도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또는 사회의 통념에 부합하기 위해서 너무 일찍 꿈을 포기하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았던 엘비스는 이 노래를 부른 뒤 “앞으로 내가 진심으로 믿지 않는 노래는 부르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엘비스는 이 노래를 발표한지 10년도 되지 않은 1977년 42세를 일기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화는 매니저인 파커의 목소리를 통해 “엘비스를 죽게 한 것은 약물도, 나도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It was love)”며 우리 모두의 꿈은 ‘이루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열정과 사랑임을 고백합니다. 킹 목사의 그 꿈도 사실은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랑에 대한 갈구였습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머니 사망 후 주변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엘비스. 약물에 의지했던 엘비스를 아내인 프리실라마저 버리고 떠나갔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마흔이었습니다. 대중의 사랑에 충실히 보답했고, 종교적으로 누구보다 신실했으며, 딸을 너무나 사랑해 전용기의 이름까지 ‘리자 마리’라고 붙였던 엘비스였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 것입니다.

얼마전 40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1장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중년의 여유를 즐기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옅은 미소에 아버지를 너무나 닮은 필자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그동안 나를 잃어버리고 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인식되는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나로 살아야 겠다, 무엇보다 열정과 사랑을 품고 꿈을 꾸며 살아가야겠다고…

영화는 몸무게가 350파운드까지 늘어난 엘비스가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를 부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끝까지 사랑을 갈망하며 살았던 엘비스에게는 인생 자체가 긴 꿈이었을지 모릅니다. “길고 외로웠던 강물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에 다다른 순간(Lonely rivers flow, To the sea, to the sea, To the open arms of the sea)’, 이 꿈의 여정도 마무리될 것입니다.

대표기자

<가사>

[Verse 1]
There must be lights burning brighter somewhere
Got to be birds flying higher in a sky more blue
If I can dream of a better land, where all my brothers walk hand in hand
Tell me why, oh why, oh why can’t my dream come true, oh why

[Verse 2]
There must be peace and understanding sometime
Strong wind of promise that will blow away the doubt and fear
If I can dream of a warmer sun, where hope keeps shining on everyone
Tell me why, oh why, oh why won’t that sun appear

[Bridge]
We’re lost in a cloud with too much rain
We’re trapped in a world that’s troubled with pain
But as long as a man has the strength to dream
He can redeem his soul and fly (He can fly)

[Verse 3]
Deep in my heart, there’s a trembling question
Still, I am sure that the answer’s… answer’s gonna come somehow
Out there in the dark, there’s a beckoning candle, yeah
And while I can think, while I can talk, while I can stand, while I can walk
While I can dream, oh, please let my dream come true, oh, right now

[Outro]
Let it come true right now
Oh, yeah

<보너스 동영상>

영화 ‘엘비스’의 뒷 이야기를 모은 동영상을 소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