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업계, 관세·구인난에 ‘이중고’

원가 급등·소비 위축… “가격 올리면 손님 떠날까 걱정”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들이 급등하는 식자재 가격과 인력난, 그리고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업주는 가격 인상을 고민하면서도 손님 이탈을 우려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CNN은 1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117년간 영업해온 ‘아이크스 칠리(Ike’s Chili)’를 예로 들며, 올해 들어 외식업계가 직면한 도전이 대공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아이크스 칠리의 공동 경영자인 렌 웨이드는 “도매 소고기 가격이 10년 전보다 21%나 올랐다”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을 잃을까 걱정되고, 메뉴를 바꾸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노동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식품 원가는 4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21% 상승했다. 이는 전체 도매가 상승률(17.5%)을 웃도는 수치다. 소고기뿐 아니라 커피, 달걀, 코코아 등 주요 식자재 가격도 잇따라 인상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관세 강화가 토마토 등 일부 수입 식품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레스토랑협회에 따르면 식당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5%에 불과해 원가 부담이 커지면 폐업 위험이 커진다.

원가 부담 외에 인력 확보도 큰 과제다. 웨이드는 “2000년대 중반에는 하루에 세네 건의 지원서를 받았지만, 2019년 이후 지금까지 받은 지원서는 12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국자영업연맹(NFIB) 조사에서도 2021년 이후 숙련 인력 부족이 소규모 사업장의 최대 고민으로 나타났다. 인력을 유치하려면 임금을 올려야 하지만, 이는 곧바로 비용 압박으로 이어진다.

또한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강화로, 과거 레스토랑 업계의 중요한 노동력이었던 약 100만 명의 미등록 이민자 규모가 줄어든 점도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레스토랑·바 매출 증가율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다. 팬데믹 당시보다도 부진하며, 특히 저소득층은 외식 대신 집밥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맥도날드, 잭인더박스, 아이홉(IHOP) 등 대형 프랜차이즈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비슷한 소비 패턴 변화를 언급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소비자도 물가 부담으로 외식 빈도를 줄이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자 린다 포드는 “손님들은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한다”며 “가격이 그 기대에 못 미치면 발길을 끊는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외식 수요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남동부 지역 레스토랑들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증가로 매출이 부진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원가와 인건비 상승,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 영세 식당일수록 타격이 크다”며 “메뉴 구성 변화, 운영 효율화 등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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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식당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