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류기간 3일 초과에 100일 구금

ESTA  입국 후 부상당해…엄격한 이민단속 주의보

다리 부상으로 미국 체류 기간을 단 3일 초과한 아일랜드 남성이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이 거의 100일간 억류됐다가 본국으로 추방된 사건이 알려지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 이민 단속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7일 IT업계에 종사하는 35세 아일랜드 국적 남성이 지난해 가을 미국을 방문했다가 의료적 사유로 예정된 출국일을 넘긴 뒤 체포돼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토마스라는 이름만이 공개된 이 남성은 미국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90일 비자면제 프로그램(ESTA)을 통해 입국했다. 그러나 미국 체류 중 종아리를 심하게 다쳐 의사로부터 “혈전 위험으로 장거리 비행을 피하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따라 A씨는 출국 예정일이었던 12월 8일을 넘겨 3일간 추가 체류했다.

토마스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미국 및 아일랜드 당국에 체류 연장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와의 말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했고, 그 과정에서 토마스의 체류 상태가 확인되면서 사건이 급변했다.

경찰은 의료 서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토마스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겼고, 그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분류돼 이민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명확한 혐의 고지 없이 약 100일간 수감되었고, 출소 시기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감금 생활을 이어갔다.

올해 3월, 토마스는 아일랜드로 송환됐으나 미국 입국 금지 10년 통보를 함께 받았다. 그는 “범죄자도 아니고, 의료 사유도 증명했지만 시스템에 한번 걸리니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호주, 독일, 캐나다, 영국 국적의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한 불법 이민 단속 조치가 단순 행정적 실수나 의료적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ESTA 프로그램을 통한 입국자는 체류 연장 예외 조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본인의 귀책 사유가 아니더라도 이민 구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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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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