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심사 강화에 여행객들 자구책…”SNS 계정도 비공개 전환”
미국을 방문하려는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 최근 ‘입국 대비 매뉴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쓰던 휴대폰 대신 임시 기기를 사용하고, SNS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하며, 자료는 클라우드에 보관한 뒤 삭제하라”고 조언한다.
가디언은 25일 “미국 입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실제로 스마트폰의 얼굴인식 기능을 해제하거나 아예 일회용 휴대폰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입국 심사는 한층 강화됐다. 일부 국가는 아예 여행 지침에 “입국 시 전자기기 검사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국 외교부 역시 미국 출입국 안내문에 “SNS 내용 확인”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입국 거부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3월 프랑스 과학자 필립 밥티스트는 스마트폰에서 트럼프 대통령 비판 글이 발견돼 입국을 거절당했다. 6월 호주 작가 알리스테어 키친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관련 기사 때문에 심문을 받았고, 개인 사진에서 과거 마약 사용 정황이 드러났다며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공연·학회 등 일정까지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공연자 키스 세리는 뉴욕 프린지 축제 참여를 포기했고, 호주 국립대 도널드 로스웰 교수 역시 강연 초청을 거절했다. 한 캐나다인은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입국 직전 SNS 앱을 전부 삭제했다고 전했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최소한의 근거만으로도 입국자의 전자기기를 검사할 수 있다. 지난해 검사 대상은 4만7000명으로 전체 여행객의 0.01%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데이터 수집 이래 단일 분기 최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단체 EPIC의 톰 맥브라이언은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 같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이를 부인했다.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지도 아래 미국은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보유하고 있다”며 “CBP가 입국자를 더 철저히 심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답변이 오히려 입국 검사 강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