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스·웨스턴얼라이언스 잇단 손실…시장 불안에 금값 4300달러 돌파
미국 로컬 은행들의 부실 대출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했던 “문제가 하나 터지면 안 보이는 곳에는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의 이른바 ‘바퀴벌레론(Roach Theory)’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6일 서부·남서부 11개 주에 영업망을 둔 자이언스뱅코프(Zions Bancorp)는 자회사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중 5000만달러(약 687억원)를 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역은행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estern Alliance Bancorp)도 사모투자회사 캔터그룹(Canter Group)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며 손실을 공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두 은행 주가는 각각 13.14%, 10.81% 급락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하락 전환했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미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2년물 금리는 3.40%로 2022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0년물 금리도 3.95%로 내려가 4% 선이 무너졌다. 금값은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 금융권에서는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JP모건과 피프스서드뱅코프(Fifth Third Bancorp)는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 파산으로 각각 1억7000만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했다.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둔 트라이컬러는 신용 이력이나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고객을 상대로 자동차 금융을 제공해왔으나, 과잉대출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또한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에 투자한 제프리스(Jefferies)도 같은 날 주가가 10.62% 급락했다. 퍼스트브랜즈는 60억달러 이상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달 말 파산을 신청했다.
다이먼 CEO는 14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트라이컬러의 파산은 신용시장에서 과잉의 징후를 보여주는 경고”라며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였다면 그 뒤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14년간 신용 호황기를 지나왔다”며 “이제 그 후폭풍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2023년 3월 SVB 파산처럼 예금 인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당시 미국 16위 규모의 SVB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벤처기업 중심의 대출 구조 취약성으로 인해 하루 만에 붕괴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실 신호는 신용시장 전반의 구조적 위험을 시사한다”며 “지역은행의 연쇄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