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차량에 4살 아들 사망…기아 상대 1500만불 손배소

“기아차 도난 쉬워 사고 발생”…오하이오주 어머니 제소

기아차의 설계 결함으로 차량 도난이 쉬워졌고, 이로 인해 4살 아들이 사망했다며 오하이오의 유족이 기아 미국법인을 상대로 1500만달러(약 20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는 2023년 7월 22일, 오하이오 콜럼버스시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발생했다. 피해 아동 요니스 카비로 사이드(Yonis Kabiro Said, 당시 4세)는 어머니와 함께 놀고 있던 중, 도난당한 기아 쏘울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는 26세 남성 타이렐 슈트(Tyrell Shute)로, 그는 차를 훔쳐 경찰을 피해 도주하던 중 아이를 치고 현장을 도주했다.

경찰에 따르면 슈트는 시속 40마일(약 64km)로 놀이터 잔디밭을 돌진했고,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은 뒤 도주했다. 현재 슈트는 14~1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역 언론인 콜럼버스 디스패치 등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은 지난 21일 콜럼버스 연방법원에 불법 사망(wrongful death)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기아차가 미국 판매 차량에 도난방지장치(이모빌라이저)를 설치하지 않은 채 유통해 공공안전을 위협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소장에서 “도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재산 보호일 뿐 아니라, 위험 운전으로부터 대중을 지키는 공공안전 문제”라며 “기아차는 연방의 도난방지 기술 기준을 무시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사건”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유럽과 캐나다에는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장착한 반면, 미국 시장에는 2011~2021년 생산된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해당 장치를 생략했다. 특히 해당 차량은 USB 케이블로도 시동이 가능한 구조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SNS 틱톡(TikTok)에서 ‘기아 챌린지(Kia Challenge)’라는 유행으로 번져 청소년 범죄를 조장한 바 있다.

콜럼버스 경찰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이 시내 차량 절도 사건의 약 50%가 기아 또는 현대 차량이었다.

사고 당시 기아 쏘울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추적 중이었지만 사이렌이나 경광등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차량에 치인 뒤, 경찰이 즉시 요니스를 안고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법원에 제출된 바디캠 영상에는 경찰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며 아이를 응급실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요니스의 사건은 기아차가 도난 사고에 대해 민사책임을 지는 첫 사례는 아니다. 2024년 2월, 또 다른 유족은 10대가 도난 차량을 몰다 사고로 숨진 36세 가장 매튜 모시(Matthew Moshi)의 죽음에 대해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제3자의 운전 행위에 대해 제조사가 책임질 수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콜럼버스시는 별도로 2023년 기아·현대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사건은 현재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이관돼 계류 중이다.

요니스의 가족은 기아차의 명백한 과실로 인해 아이가 희생됐다며 ▷제품 설계 결함 ▷도난방지 기술 누락 ▷공공위해 ▷불법사망 등 총 6가지 책임을 물으며, 보상적 손해배상 50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 1000만달러를 청구했다.

유족 측은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기업의 책임 회피가 가져온 비극”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가족이 같은 슬픔을 겪지 않도록 법이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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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사고를 일으킨 기아 쏘울 차량/Columbus Police Bodycam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