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1 Sept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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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 한국 ‘비호감 대선’ 빼닯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조지아주 상원 후보들, 추문과 자질논란에 지지율 답보

지지 후보 없어 중도층은 투표 포기…진영 논리로 기울어

민주 현 의원, 추문 끝에 이혼하고 존재감 없는 의정활동

친트럼프 공화 후보, 낙태 반대하며 여친에겐 낙태 강요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국의 인터넷 신문인 ‘뉴스버스에 기고한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관련 기사를 전재한다. /편집자주

▶뉴스버스 기사 링크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시무하던 교회를 이어받은 목사는 여러 추문 끝에 아내와 이혼하고, 낙태 반대를 외치던 미식축구 선수 출신 친트럼프 후보는 여자 친구에게 낙태를 강요했다.

오는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공화간 연방 상원 주도권 다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지아주 상원 의원 후보들 얘기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하원 의원 전체, 주지사 50석 중 36석 등을 뽑는다.

美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 후보 허셸 워커(왼쪽)와 민주당 후보 라파엘 워녹 의원. 사진=폭스5 애틀랜타 화면 캡처)
美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 후보 허셸 워커(왼쪽)와 민주당 후보 라파엘 워녹 의원. 사진=폭스5 애틀랜타 화면 캡처)

지난 2020년 선거에서는 조지아주 의석 2석을 싹쓸이하며 상원 다수당이 됐던 민주당은 이번에 다시 선거를 치르는 라파엘 워녹 의원의 지지율 답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대 후보인 공화당의 허셸 워커 후보가 수차례 ‘자살골’에 가까운 실책을 저지르는데도 워녹 의원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워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로 공화당 경선은 쉽게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자질 논란과 인성 문제로 “상원의원 감이 아니다”는 평가를 받은지 오래다.

특히 최근 한 온라인 매체가 터뜨린 ‘여자친구 낙태 종용’ 폭로는 메가톤급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에서도 낙태권을 둘러싼 대립이 가장 첨예한데다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많은 ‘바이블 벨트’인 조지아주의 공화당 후보에겐 치명적인 위협이다.

워커 후보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상대편 워녹 의원은 지지율 46%로 워커 후보(43%)와 오차범위(3.1%)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킹 목사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에벤에셀침례교회 담임목사라는 후광을 업고 민주당 신예 정치인으로 떠오른 워녹 의원이 의정 활동에서 낙제점을 받은데다, 사생활 논란까지 겹치면서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워녹 의원과 함께 조지아주에서 당선된 30대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며 SK와 LG 간 법정분쟁 조정이나 현대차 전기차 공장 유치 등에서 성과를 거둔 반면 워녹 의원은 “지난 2년간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존재감 없는 정치인으로 전락한 상태다.

워녹 의원은 현대차 전기차가 연방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뒤늦게 이를 수정하는 법안을 단독 발의했지만 다른 의원들이 호응하지 않아 우스운 처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동거하던 여인과 뒤늦게 결혼했다가 3년만에 이혼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로 아내의 발을 밟고 지났다는 의혹을 받는 등 갖가지 추문에 휩싸이면서 목회자로서의 윤리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가 아닌 중도층은 대부분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반응이다. 양당 지지자들도 “어쩔 수 없이 찍는다”는 진영 논리에 의한 선거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워녹 의원이 오차범위에서 앞서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가 아닌 중간선거이기 때문에 투표에 나서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결국엔 워커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 지난 5월의 한국 대통령 선거가 오버랩된다.

“찍을 후보가 없으니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도 유사하고, 우리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 당이 이기는 꼴은 보지 못하겠다는 ‘진영논리’가 작용하는 것도 비슷한 까닭이다. 이같은 분위기의 대선에서 당선된 ‘차악’ 후보가 미국에 와 직접 선사한 외교참사를 목격한 조지아주 한인들은 이번 중간선거 이후의 미국 상원을 걱정한다.

정치권이 인물난에 시달리는 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 공통된 현상이어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게 양국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같은 단체가 차세대 정치인들을 양성하기 위해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참신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정치인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