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인 시니어 노리는 다단계 금융사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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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제공 사이트만 만들어놓고 시니어 겨냥해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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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로 고수익 올린다더라”에 현금 쌈짓돈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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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다단계 폰지 수법에 인터넷과 암호화폐만 추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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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 투자자는 결국 ‘덤터기’…현금 건네 투자 증명도 곤란
전국의 한인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CMP 투자사기 스캔들’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여윳돈을 굴리면 암호화폐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투자에 참여했다.
CMP의 실질적인 오너로 알려진 김모씨를 비롯한 모집책들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정도의 투자방법을 설명하지만 사실 이를 제대로 이해한 피해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 피해자 대책위 관계자는 “최신 트렌드인 암호화폐와 인터넷 포인트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초기 투자자에게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이었다”고 설명했다.
◇ 초기 투자자 “3만불 투자해 30만불 벌었다”
버지니아 및 메릴랜드 지역에서 이른바 ‘리더(Leader)’로 활동했던 수잔 박(가명)씨는 기자에게 “지난 2020년 9월말 김씨를 만나 3만달러를 투자하며 CMP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이후 지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내 밑으로 들어와 3만개 이상의 투자 계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리더’는 CMP 다단계의 최상위에 위치한 사람으로 투자자 모집 및 포인트 부여 등의 역할을 맡았다. 박씨는 “처음 모집한 5명은 현금을 내고 김씨가 직접 지급한 포인트를 받았고 우리들은 초기에는 꽤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박씨의 경우 3만달러를 투자해 30만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렸지만 피해를 당한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돌려주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느라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와 그가 초기 모집한 5명은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투자자들의 현금을 자신들이 갖고 자신들의 포인트를 그들에게 나눠줬다. 박씨는 “투자금액이 많은 사람이 후순위로 들어오면 김씨가 직접 나서 돈을 가져가고 자신이 포인트를 직접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CMP의 투자 계좌는 계좌당 100달러부터 300달러, 500달러, 1000달러, 3000달러, 5000달러, 1만달러까지 만들 수 있으며 일부 투자자는 10만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박씨는 “계좌 금액이 클 수록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면서 “지역의 투자자만 400명 이상이었고 전체 투자자의 30%는 오히려 돈을 벌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투자수익으로 선교한다”…교회 조직 파고들어
하지만 투자금을 실제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후순위 투자자의 돈을 초기 투자자에 돌려막는 방식이기 떄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박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증언이다.
특히 박씨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으로 선교를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CMP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교회의 지인들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았고 한 한인교회의 경우 많은 교인이 투자피해를 당해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틀랜타의 투자 모집책 가운데는 목회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교회 직분을 가진 지인에게 CMP 투자를 권유받고 2만달러 가량을 투자했던 한 투자자는 기자에게 “확실한 투자처가 있으니 여윳돈이 있으면 투자해보라는 말에 솔깃했지만 결국 아무런 투자도 않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나는 항의해서 투자금을 돌려받았지만 피해를 당한 같은 교회 교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피해자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투자 설명회를 하면 선교 등을 운운하며 바람을 잡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현금을 꺼내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투자에 참여하게 된다”고 전했다.
◇ “투자금 돌려막기,1년 넘기면 무너지기 마련”
이 관계자는 “CMP 투자사기의 경우 2020년 9월 시작된 것이 9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9개월 만인 올해 3월부터 피해자들의 집단 행동이 시작됐다”면서 “투자금을 돌려막는 다단계 폰지 금융사기는 1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후순위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영입돼야 유지가 되는 시스템인데 지역 한인타운에서 이같은 투자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MP의 경우 애틀랜타에서 시작됐지만 버지니아 및 메릴랜드와 뉴욕, LA 등으로 손길을 뻗쳐 나간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인타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금융사기의 문제점은 투자금이 대부분 현금이라는 것이다. 스몰비즈니스나 계를 통해 조성한 현금을 활용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한인들에게 ‘고수익의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유혹은 매우 강렬하다. 하지만 결국 현금을 건넸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CMP 측에서 피해자들에게 ‘현금 투자한 사실을 IRS에 신고하면 오히려 당신이 당한다’고 위협하고 있다”면서 “수사 당국은 투자금액의 출처를 묻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피해 현황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