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한국 사랑하던 애틀랜타 20세 대학생 사망
한인단체-한국정부 사망 5일 넘도록 위로조차 전하지 않아
다른 한인회는 합동분향소 설치했는데…공공외교 강화 ‘무색’
지난 28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로 2명의 미국시민이 희생된 가운데 그 중 1명이 애틀랜타에서 한국으로 유학한 20세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애틀랜타 토박이로 대학 진학 때까지 조지아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 청년은 6000마일 이상 떨어진 한국을 사랑해 생애 첫 모험을 떠났다고 한다. 20세의 스티븐 블레시는 사고 당일 자신이 유학한 한양대에서 만난 친구인 앤 기스케와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을 지나다 인파에 밀려 심정지로 함께 짦은 생을 마쳤다.
참사 소식이 알려지자 LA한인회와 휴스턴한인회 등은 한인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안타깝게 희생된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출신 희생자가 발생한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어 의아함을 낳고 있다.
애틀랜타한인회는 참사와 관련한 짦은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합동분향소 설치나 별도의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사회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자 한 지역 언론사 기자는 애틀랜타 K에 이메일을 보내 “한인사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행사가 있으면 꼭 취재하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인회 측은 2일 “특별한 행사 대신 희생자인 스티븐 블레시씨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를 전하려고 하는데 아직 연결이 되지 않았다”면서 “한인회 고문 변호사를 통해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떤 경로를 통해 접촉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론 인터뷰까지 한 유가족을 사건 발생 5일이 지나도록 접촉조차 못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고인이 다니던 케네소주립대에는 수많은 한인 재학생들이 수학하고 있으며 한인 교수들도 다수 재직하고 있다. 한인 교수 가운데 ‘공공외교의 첨병’이라는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고위 관계자까지 포함돼 있는데 왜 유가족 접촉이 어려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국가를 대표해 위로를 전할 마음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숨진 미국인 2명이 다니던 한양대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는데 한인 교수들이나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애틀랜타총영사관이 나서 케네소주립대 캠퍼스에 작은 분향소나 국화꽃이라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고인의 아버지인 스티브 블레시씨는 지역 최대 신문인 AJ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경찰의 대응에 분노를 표시하며 “아들의 유해를 찾으러 한국에 가면 (화를 못이겨)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노가 무서워 접촉조차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지역 주민의 유가족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위로조차 전하지 못한 것은 공공외교 강화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 뿐이다.
아버지 블레시씨는 AJC와의 인터뷰 말미에서는 분노가 조금 누그러든 듯 “아들의 고교 친구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슬픔에 잠긴 우리를 방문했고 아들이 한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연락을 해왔다”며 위로를 전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한국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공공외교에 실패했다면 한인사회 구성원들이라도 자발적으로 나서 지금이라도 위로의 기회를 만들어 민간외교를 실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 블레시씨의 표현대로 ‘수천만번 가슴이 찔린 것처럼 아플 때’ 전하는 위로가 진정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