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씨 사태 출구없이 소모전 지속…일부 정치세력 ‘놀이터’ 변질
이사회도 사라져 사실상 와홰…새 리더십 없으면 ‘시대 유물’ 위기
“이홍기씨가 지금 물러나면 친북 좌파들이 애틀랜타한인회를 좌지우지할 게 뻔하니까 그래도 이홍기씨를 지원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해 9월 이홍기씨의 부정으로 인해 촉발된 애틀랜타한인회 내홍의 해결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홍기씨를 지지하는 한 한인인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미국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한인회를 지극히 정치적인 시각, 그것도 가장 한국적인 스펙트럼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인회장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어도, 정치적인 편향성 측면에서 ‘내 편’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그릇된 가치관에 작은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실제 그 이후 이홍기씨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한인회관에서 이어진 각종 행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인회가 더 이상 한인 대표 봉사단체가 아니라 일부 한국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현재 애틀랜타한인회를 둘러싼 문제의 해법은 매우 간단하다. 한인사회로부터 고립된 이홍기씨는 더 이상 한인회를 운영할 자금도, 인적 기반도 갖고 있지 않다.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추진하고 있는 이씨 탄핵 과정에서 이씨의 친구였던 이경성 이사장이 사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 한인회는 존재의 근거도, 활동할 여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도 이홍기씨는 사퇴를 거부하고 회장직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본인이 극구 부인하고 있는 ‘공금 횡령’의 오명을 벗어야 겠다는 명분과 무방비로 퇴임할 경우 추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실리가 더해진 의도로 보인다.
망설이는 이씨의 퇴임을 막고 있는 사람들은 이씨를 이용해 한인회를 정치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속셈을 숨기지 않고 있다. 어떤 동상은 없애고, 어떤 동상은 세우면서 다른 정치색을 지닌 한인들의 한인회관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한인회를 통해 지키려고 했던 자신들만의 가치에 대해 다른 시각의 한인들이나 다음 세대들은 아무런 관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독주는 한인회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게 되고, 애틀랜타는 미주 주요 한인사회에서 가장 먼저 한인회가 붕괴된 곳이 될 수도 있다.
이홍기씨와 비대위 간의 대화를 통해 이씨의 자진사퇴를 이끌려는 중재 노력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결국 양측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 성사되지 못했다. 어떤 싸움도 1년 이상 이어지면 승리의 명분이나 기쁨도, 패배의 자성도 찾기 여려워진다.
비대위는 이홍기씨에게 물러날 길을 열어주고, 이홍기씨는 다른 목적으로 퇴임을 말리는 주변의 목소리 대신 전체 한인사회는 물론 자신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이 않으면 애틀랜타한인회는 한인들의 배척을 받는 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상연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