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로 경쟁력 ‘흔들’…해법은 한미 협상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는 증가했지만 이익은 줄었고, 가격 경쟁력은 흔들렸다. 일본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를 15%로 낮춘 가운데, 한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차의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24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48조28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6016억 원으로 15.8%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 감소분 가운데 8282억 원이 미국 관세 때문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이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106만58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26만2305대를 판매해 3.3%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율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수익성을 크게 끌어내렸다.
일본은 지난 23일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하나증권은 관세가 현재 수준인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총 부담이 10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관세가 절반인 12.5%로 인하된다면 부담액은 5조3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관세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한미 협상이 진행 중이라 예단하긴 어렵다”며 “가격 인상만이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고율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내 판매 가격을 현재까지 동결하고 있다. 이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익성보다는 시장 존재감을 우선시한 결정이다.
이 본부장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유지하겠다”며 “시장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 대응을 통해 유연하게 움직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관세 충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만 연간 101만 대를 수출하는 현대차·기아는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하지만 현재의 25% 관세가 지속되면 가격 조정 없이는 이익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