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미국 커피값, 사상 최고치

기상이변·수입관세 여파 겹쳐 1년 새 21% 급등…공급난도 심화

미국 소비자들이 마시는 커피 한 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커피 가격이 1년 전보다 20.9%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생산 차질과 트럼프 행정부의 커피 수입관세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9%, 전월 대비 3.6% 올랐다.

이는 2011년 7월(21.2%) 이후 14년 만의 최대 상승률로 코로나19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2022년 7월(20.3%)보다도 높은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원두 커피(roasted coffee) 가격은 전년 대비 21.7%, 인스턴트 커피는 20.1% 상승했다.

미국은 커피 생산 기반이 거의 없어 소비량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베트남 등 주요 산지의 생산 차질과 수입 관세 인상이 미국 내 커피 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38.8% 상승했다.

원인으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브라질의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차질을 꼽았다.특히 브라질과 베트남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률적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7월 말에는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대해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스콧 린시콤 부소장은 “최근 커피 가격의 두 번째 급등 구간은 명백히 관세 효과(tariff effect)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하고, 수요가 비탄력적인(inelastic) 품목에 세금을 올리면 결국 소비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피 중독자인 소비자들은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손쉽게 가격 인상을 전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는 행정명령을 검토 중다.

그러나 린시콤 부소장은 “일률적 관세는 불필요한 품목까지 포함시키기 때문에 결국 예외 규정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로비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커피가 미국인 일상에서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은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페 한 잔, 가정용 원두, 인스턴트 커피 모두 예외가 없을 것”이라며 “이제 ‘아침 커피 한 잔’이 사치로 느껴질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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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커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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