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치, 위생불량, 인권침해 수차례 지적…사망자까지 발생
한국 정부 6일 영사면담 착수…”불법 여부 별개 조기석방 총력”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LG 배터리 합작 공장 단속을 통해 한국인 300여명을 체포해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치소(Folkston ICE Processing Center)에 수감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6일부터 수감자 전원을 대상으로 영사 면담에 착수했다.
외교부는 워싱턴 D.C.에서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조지아대책반장으로 지정하고 서배너 지역에 임시 현장대책반을 구성해 수감자들의 건강상태와 인권 보호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애틀랜타총영사관은 현재 총영사가 공석인 상태여서 워싱턴 총영사가 대책반장을 맡은 것이다.
현장대책반에 따르면 애틀랜타총영사관 소속 성명환 경찰영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포크스턴 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1차 면담을 시작했으며 수감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 인도적 불편 사항, 구금환경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민간업체가 관리..일명 “죽음의 구치소”
포크스턴 구치소의 정식 명칭은 ‘Folkston ICE Processing Center. 조지아주 찰턴카운티에 위치했으며 플로리다 잭슨빌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이민자 전용 구금시설이다. 현재 민간 교정기업인 GEO 그룹이 위탁 운영 중이며, 최근 4700만달러를 들여 최대 2986명까지 수용 가능한 미국 최대 규모의 ICE 구금시설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 구치소는 이전부터 의료방치, 위생불량, 인권침해 등으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샤워실엔 곰팡이와 배설물이 섞인 물이 고여 있고, 제공되는 식사는 “사람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라는 경고 문구가 붙은 박스에서 나온 닭고기라는 증언도 있다.
실제 2024년 4월 인도 출신 57세 구금자 자스팔 싱 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으나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ICE의 의료 체계가 “안전 기준을 넘어서서 이탈했다”는 내부 감사 결과로 확인됐다.
◇ 구금자 인권보다 영리가 우선…“처벌은 없다”
포크스턴 구치소는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ICE와 찰턴카운티, GEO 그룹 간 계약에 따라 운영된다. 하지만 해당 계약은 “최소한의 수용 기준”만을 요구하며, 이를 어길 경우 어떤 제재나 처벌이 뒤따르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민권단체들은 이를 “의도적인 감독 부재”라고 비판한다. 미국자유인권연맹(ACLU)은 2023년 보고서에서 ICE가 민간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처벌 없이 ‘형식적 점검’만 반복하며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7월 구치소를 취재했던 언론들은 “화씨 100도가 넘는 더위 속에 면회를 기다리는 가족들,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는 경비원, 임산부도 방치하는 무책임한 대응 등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탐사언론인 ‘더 커런트(The Current)는 지난 7월 14일 보도를 통해 자메이카 출신으로 3년간 수감됐던 안드레 린지씨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법원 출석 후 호송 차량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음에도 수술을 거부당했다”면서 “여기선 죽음을 기다리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 잇따른 지적에도 ICE는 여전히 “적정” 판정
하지만 ICE는 2025년 초 내부 점검에서 포크스턴 구치소에 대해 “양호(Good)”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점검보고서에는 사진이 삭제되고 여러 항목이 검은색으로 지워진 채 공개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찰턴카운티는 조지아에서 가장 가난한 카운티 중 하나로 2013년엔 유일한 병원마저 문을 닫았다. 이후 GEO 그룹이 입주하며 일자리와 예산 일부를 제공하면서 지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조지아주 연방하원의원 버디 카터(공화)는 이 시설 확장 계약에 기여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혔지만, 이민자 인권단체들은 “자신의 가족이 이 안에 있었다면 똑같이 행동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열악한 시설 환경, 한국인 구금자들에게도 영향
아시아계 인권단체인 AAAJ(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 메레디스 윤 변호사는 이곳에 수감된 수감자들을 대변하며 인도계 싱씨의 사망을 “체계적 문제점에 의해 발생된 완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규정했다. 그는 ‘더 커런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설은 ICE 자체 기준에도 미달하고 있다”며 “한인을 포함한 외국인 구금자들이 미국 내에서 최소한의 존엄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전원은 바로 이 구치소로 이송됐다. 시설의 열악성과 구금 절차의 불투명성은 한국인 수감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한국 본사 소속 파견 인력으로, ESTA 또는 B1/B2 비자를 소지한 상태에서 장비 설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 정부의 대응 방향…“일단 석방에 초점”
한국 외교부는 포크스턴 구치소에 구금된 한국 국적자들이 장비 설치를 위해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LG에너지솔루션 직원과 하청 인력인 만큼, 불법체류자와 동일선상에서 수감된 상황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현장대책반은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구금된 300여명 전원에 대한 개별 면담에 돌입했으며, 필요시 의료진과 통역 인력을 투입해 민원사항을 정리 중이다. ICE 측도 “영사 접견은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측은 “현재로선 불법 여부에 대한 법적 시비는 추후에 가리더라도, 인도적 조치 차원에서 신속한 석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수감자 건강 문제나 불법적인 대우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에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