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한국인 근로자들, 참혹한 체류 경험 고백
“죄수복 입고 쇠사슬에 묶였… 인권 사각지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12일 오후 전세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직후 “음식은 쓰레기 같았다”, “처음엔 총구를 들이댔다”, “죄수복 입고 쇠사슬 찼다”는 등 극도로 열악했던 구금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증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은 “2인 1실인데 숙식 공간에 변기가 같이 있어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처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7일간 일반 수감자와 똑같이 생활했다”며 “처음엔 강압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부 ICE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소속 직원은 “샤워 시설도 열악하고, 침대 상태도 나빴다. 식사는 입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며 “미국에는 다시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LG 협력업체 소속 직원은 “구치소 실내가 너무 추웠다. 온도를 일부러 낮추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금시설 내부는 100명 단위로 구성돼 있었고, 방은 50개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국장을 빠르게 지나쳤고, 손에 든 짐은 작은 비닐봉지 하나뿐이었다. “급박한 체포 상황”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단속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한 협력사 소속 안전관리자는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그저 가족과 맛있는 밥 한끼 먹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총구를 들이대며 사람들을 겁줬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처음엔 단순 이동인 줄 알았는데, 수갑·족쇄·쇠사슬을 보니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언제 석방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에 따르면 회사 측으로부터 단속에 대비하라는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STA(전자여행허가)나 B1(상용) 비자를 통한 출장이 그간 업계에선 관행처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 근로자의 부인은 “남편은 지난 4월에도 조지아 출장 다녀왔고, 7월 다시 출국했지만 늘 그래 왔기 때문에 문제 될 줄 몰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들이 구금된 사람들을 위해 전력을 다했고 좌절하는 직원들에게 ‘곧 나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공항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고생하셨습니다”, “힘내세요”라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근로자들은 “다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