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서 장비 설치 허용 결정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구성한 ‘비자 워킹그룹’이 첫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국내 주요 투자기업인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비자 워킹그룹 1차 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B-1 비자와 ESTA(전자여행허가)를 통한 장비 설치 및 점검, 보수 활동 등 기업의 현장 업무가 가능함을 공식 확인했다. 그동안 모호하게 해석돼온 출장비자 활용범위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이 내려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LG 측은 “정부의 신속하고 실효적인 대응에 감사한다”며 “이번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조속히 복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LG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대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곳에서 발생한 구금 사태로 인해 약 한 달간 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어왔다.
LG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작업 재개를 위한 최소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본다”며 “현지 인력 복귀와 물류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발표 내용을 반영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미국 측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미국 현장 인력의 B-1 및 ESTA 사용을 포함한 출장·근무 가이드라인 전반을 조속히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Metaplant America)를 포함한 다수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시설을 미국 내에 운영 중이며, 이번 구금 사태로 인해 인력 배치와 장비 설치 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향후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도 추진 중이어서, 정상적인 인력 투입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급한 불은 껐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가 내부 지침으로 ESTA 출장을 2주 이내로 제한한 것처럼, 여전히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재원 대상 L-1 비자나 전문직 대상 H-1B 비자 확대 등 제도적 해결은 이번 논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미국 측은 “입법적 제약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 출장 시 입국 거부 가능성 등 현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속적인 협의와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 내 한국 기업 전용 비자 전담 데스크 설치 방안도 논의됐다. 오는 10월 중 가동 예정인 이 창구를 통해 현장 기업인들의 비자 문의와 절차 지원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는 “제도의 개선 없는 유권 해석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며, B-1이나 ESTA에 의존한 기업 활동이 계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호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도입한 ‘E-3 비자’와 같은 별도 비자제도 신설을 목표로 미 의회와의 협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