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0만불 영주권, 실현 가능성 낮다”

WP “골드카드 신청자 ‘제로’…의회 입법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공개한 ‘500만 달러 투자로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Gold Card)’ 프로그램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당시 “그린카드와 동일한 특권을 갖고 시민권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투자이민 제도”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법적 근거는 전무하며, 의회 입법 없이 시행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6월 말 기준 실제 골드카드 신청자는 ‘0명’”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제도 시행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골드카드 도입을 공식화하고, 미국 국가부채 해소를 위한 재정 수단으로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드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정부는 이를 통해 최대 700만명 투자자 유치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공식 웹사이트 개설 이후 6만 명 이상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신청 단계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이민제도의 변경은 의회의 입법 권한에 속한다는 것이 미국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이에 따라, 골드카드 제도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이 전혀 발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명령만으로 비자를 신설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조지 피시맨 전 국토안보부(DHS) 법률 고문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DACA 정책, 마요르카스 장관의 망명자 가석방 확대 조치도 의회의 반발에 부딪혔다”며 “트럼프의 골드카드는 소송에 휘말릴 경우 제도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그 랜드 전 백악관 이민 고문도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새로운 영주권 경로에 극도로 부정적”이라며 골드카드 입법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운영 중인 EB-5 투자이민 비자는 연간 1만 건으로 제한돼 있으며, 최소 투자액은 80만~105만 달러 수준이다. 골드카드는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500만 달러를 요구하며, 기존 제도와 중복 논란도 피할 수 없다.

UBS 등 글로벌 금융기관에 따르면, 미국 밖에 거주 중인 백만장자 수는 약 3350만 명.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이미 영미권이나 유럽의 이민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태여서, 고액 투자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과거 EB-5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 유학과 함께 영주권 취득을 병행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규제 강화와 리스크 증가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영주권 샘플/USC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