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핵심 정책, 사법부 최종 판단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상호 관세’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심판대에 오른다. 하급심에서 잇따라 위헌 판결을 받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구축하겠다며 ‘관세 부활’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왔다. 특히 수출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정책을 시행하며, 여러 나라에 대폭적인 수입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관세 명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법이 대통령에게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일정 권한을 부여하긴 하지만, 직접적인 ‘관세 부과 권한’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앞서 1심 재판부인 국제무역법원 역시 같은 논리로 관세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 3일 연방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상고 이유서에서 “하급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미국의 무역 주권과 방어 전략이 무너지고, 타국의 경제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며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어 법무부 차관은 “관세가 있으면 우리는 부자 나라이고, 없으면 가난한 나라가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또한 ‘신속 심리’를 요청, 오는 11월 초에 첫 구두변론이 가능하도록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원고 측도 이 요청에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국 통상·외교 정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한다면, 현재 평균 16.3% 수준인 관세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며, 이미 미국 정부가 징수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무역 합의 내용의 수정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심리 대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대다수 국가에 적용한 관세가 포함돼 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관세 등은 이번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까지 명시적으로 부여했는지 여부다.
1·2심 재판부는 이 법이 수입 규제는 가능하나 “명시적 권한이 없는 이상 관세는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고 측은 “무역 적자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려우며, 대통령의 일방적 조치로 국제 통상 질서를 흔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이 강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행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열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